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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한빛으로 승화한 제주 4·3 70주년

역사/한국사자료실

by 빛살 2018. 3. 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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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한빛으로 승화한 제주 4·3 70주년 / 김정기

등록 :2018-03-28 18:12수정 :2018-03-28 19:48


김정기 제주시 유수암리 명예이장·전 서원대 총장


그때 우리나라처럼 가열차게 독립 항쟁을 했던 나라가 세계에서 몇이나 될까. 그러나 좌우를 넘어 국민의 열망을 결집한 지도자가 없었다. 여기에 미·소의 초강경 개입이 얽혀 해방조국의 명운은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특히 제주도는 ‘꺼진 등불’이었다.


70년 전 뭍에서 ‘물 건너 고을’ 제주(濟州)는 살인광풍에 휩쓸려 ‘피산 피바다’로 변하기 시작했다. 당시 섬 인구는 27만여명. 2003년 12월 현재 신고된 희생자는 1만4028명. 어림잡은 희생자는 대략 2만5천~3만여명. 학살을 자행한 주체별 비율은 군경 토벌대 86.1%, 무장대 13.9%이다. 노약자는 10살 이하 어린이 5.8%, 61살 이상 노인 6.1%, 여성 21.3%이다. 군인 전사자는 2600여명 중 180명, 경찰 전사자는 2700여명 중 140명, 무장대는 500명 이하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섬 주민 9명에 1명, 노약자는 3명에 1명꼴로 희생됐으니 사람의 씨가 마를 뻔했다. 서중석 교수는 갈파했다. “제주도는 한 지역으로 한정할 때 삼국시대 이래 우리나라 최대 홀로코스트였다.”


이 살인귀 세상의 발단은 1947년 제주시 관덕정 근처에 모인 3만여명의 분노였다. 제주도는 영락없는 육지의 축소판. ‘3·1정신으로 통일조국 전취! 친일파 처단!’ 등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민·관 직장 95%가 참여한 대파업, 이듬해 4월3일 새벽 무장대가 경찰지서를 습격했다. 4·3의 본격적인 출발. 미군정은 즉각 반격했다. 5·10 선거 파행, 6·23 재선거 무산 등으로 주춤하다가 군경 증파를 계기로 ‘대학살 체제’를 구축했다.


1948년 8월15일 이승만 정권 수립. ‘빨갱이 섬’ 궤멸작전을 수행, 순 빨갱이 500명을 잡는다고 자행한 3만여 학살의 80%가 이 정권 초기 2년의 ‘업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시했다. “가혹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제주 4·3사건을 완전히 진압해야 한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미국의 원조가 가능하다.” 원조로 육지를 살리려고 섬을 완전 소탕하라는 대통령의 명령이었다. 재일동포 버리듯 섬을 버린 기민정책의 선포이자, 출륙금지로 묶인 금단의 섬이었던 조선시대로의 회귀였다.


1950년 6·25전쟁은 섬을 또 다른 지옥으로 함몰시켰다. ‘빨갱이 공포’에서 벗어나려고 집보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전쟁터로 청년의 자원입대가 선풍을 일으켰다. 무려 1만여명. 예비검속에 걸린 남녀 주민 3천여명은 뭍의 형무소에서 죽거나 사라지고 산 자는 극소수. 이윽고 1954년 9월24일 한라산 금족령이 풀렸다. 일제보다 무서운 세월이었다. 한데 아직도 그 후예들이 그토록 저주했던 민주사회에 기생해서 여전히 준동하다니.


그 엄혹했던 시절 서른 살 엄마가 할머니 되어 피 토해낸 육성을 들어보자. “그때 총이 팽허난 딸 업은 채로 난 쓰러졌수다. ‘엄마’ 하고 아들이 달려드난 총이 아들한테 갔수다. ‘저거 아직 안 죽었네’ 펑펑 쏘안. 열 살 아들은 심장이 다 나완. 난 등어리로 맞은 총알이 옆구리로 나오난 딸아이 다리까지 총에 맞안. 그땐 사람들이 사람이 아니었수다.” 끝 대목이 번쩍했다. 그렇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의 갈망, 절망의 피마당에서 틔워내 빛으로 승화한 인권·평화의 도래가 염원이었다. 난 위 증언에서 ‘탐라국’을 떠올렸다. 민란의 섬, 제주가 그때마다 염원했던 ‘육지 것들’로부터의 독립, 탐라의 개국을.

4·3의 특별법 개정, 세계화, 정명 찾기 등 다 좋다. 우선 두 가지를 제안한다. 4·3 전공자 한명을 제주대 교수로 채용하자. 학살터마다 베트남처럼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을 잊지 말자는 영세불망비를 세우자. 이래야 저세상 영령님의 살프슴(미소)이 번질 게 아닌가. 4·3 국가폭력을 사과한 노무현 대통령께 고개 숙이며, 쉬이 읽히고 알찬 최고의 입문서를 소개한다. 허영선, <제주4·3을 묻는 너에게>.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838102.html#csidxdd34dd859955ebbba2ef6eca30a62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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