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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여서 만두 빚을까요 ?

마음닦기/시

by 빛살 2021. 6. 2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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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여서 만두 빚을까요 ? / 유병록

 

만두피에 소를 올린다

포개서 가장자리를 꾹꾹 누르고 끝을 이어 붙인다

만두 한 알이 완성된다

 

능숙한 손에 몸을 맡기면

이렇게 그럴듯한 만두가 태어나는 법

 

사람 일도 마찬가지

차근차근 배우고 조심조심 따라 해서 나쁠 것 없는데

실패하지 않으면 더 좋은데

 

세상 제멋대로인 사람들 많다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귀 모양을 닮은 만두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만두야, 그렇지 않니?

너도 나도 기왕이면 속 안 터지는 게 좋지 않겠니?

내가 나 좋으라고 이야기하니?

 

만두를 빚으면

국 끓여 먹고 튀겨서 먹고 쪄서 먹을 수 있지

남의 말 안 듣는 인간들은 어디 써먹을 데가 없지

 

도대체 왜 그렇게 막무가내일까

그들은 이미 틀려먹었다

 

빚고 또 빚어도

마음이 딴 데가 있으니 만두 모양이 제멋대로다

자꾸 속이 터진다

 

오만 생각 다 그만두고

그래, 만두 빚을 때는 만두를 빚자

빚을 수 있는 것은 만두뿐이다.

 

-창작과 비평 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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