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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박형권

마음닦기/시

by 빛살 2021. 10. 2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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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 박형권

 

귀뚜라미는 나에게 가을밤을 읽어주는데

나는 귀뚜라미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

언제 한번 귀뚜라미 초대하여

발 뻗고 눕게 하고

귀뚜라미를 찬미한 시인들의 시를

읽어주고 싶다

오늘 밤에는

귀뚜라미로 변신하여

가을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동네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봐야겠다

- 시집 『우두커니』(실천문학사, 2009)

 

절세미인으로 소문난 시빌라에게 아폴론이 소원을 물었습니다. 그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달콤한 말로 꾀었지요. 시빌라는 양손 가득 모래알을 움켜쥐고 말했습니다. 이 손안의 모래알 수만큼 봄을 맞게 해달라고요. 하지만 시빌라는 끝내 아폴론의 구애를 거절했고, 아폴론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시빌라의 소원을 이뤄줍니다. 시빌라에게 모래알 수만큼의 수명을 허락했지만, 젊음이 그에게서 빠져나가는 속도는 늦춰주지 않은 거죠. 시빌라는 점점 늙고 쇠약해졌지만 죽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결국 시빌라의 몸은 세월에 닳고 닳아 부서져 먼지가 됐지만 그녀의 목소리만은 계속 남아 귀뚜라미가 됐다고 하지요.-한겨레21 1384호

* 천병희 역 <변신 이야기>에는 모래알이 아니라 '한줌의 먼지 무더기'로 나온다.

 

귀뚜라미/나희덕 시 안치환 노래

수능 모의고사 문제집에서 몇 번 다루었는데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도 실렸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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