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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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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살 2020. 9. 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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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신과 맞먹으려고 하는 오만함을, 그리스말로 '히브리스'(Hybris)라고 한다.

그리스 사람들은 히브리스를 제일 큰 죄로 여겼다.

신화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크세스가 제 뜻을 따르라고 바다를 채찍질한 일이 있었다.

히브리스의 역사적 사례다.

 

크세르크세스 1세(BC 486~465)는 왕위에 오르자 이집트와 바빌로니아를 평정한 후 자신의 아버지(다리우스 대제)가 이루지 못한 그리스 정복(마라톤전투 패배)이라는 숙원 사업을 시작한다.

치밀한 준비 끝에 대규모 군대를 이끌고 직접 전쟁에 나간다.

다르다넬스 해협을 건너기 위해서, 수백 척의 배들을 연결해서 다리를 만들도록 지시한다.
그러나 폭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배들은 순식간에 부서지고 말았다.

크세르크세스는 풍랑을 일으켜서 앞길을 방해한 죄로 바다에 채찍 300대를 내리치고 바다의 신을 꼼짝 못하게 결박한다는 뜻으로 불에 달군 족쇄를 바다에 던지게 했다.

자연현상에 대한 옳고 그름을 결정하고 벌하는 이 태도는 무엇인가?

크세르크세스의 모습은 히브리스의 극치였다.

오만은 자신의 한계를 모르는 과잉된 자신감에서 나온다.

그리스인들은 ‘그 어떤 것도 지나치지 않게’ 사는 것을 삶의 최고 가치로 여기면서 오만을 경계했다.

그래서 오만을 통제하는 개념을 신격화해서 응징의 신, 네메시스(Nemesis)라고 불렀다.

자연 질서와 힘까지 마음대로 통제하려 한 크세르크세스에게 네메시스가 들이닥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크세르크세스는 전쟁(살라미스해전)에서 크게 패했다.

 

지금의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의 귀기는 오만한 인간이 받는 벌인가?

 

-한겨레신문 2020-09-03 esc 기후변화, 오만한 인간이 받는 벌인가/김태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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