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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자유주의 논객들이 다툰 ‘자유론’, 그리고 집회의 자유 /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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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살 2020. 11. 1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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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ㅣ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정치학)

 

코로나 방역을 위해 집회의 자유를 얼마나 제한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광복절 보수단체의 집회 이후 코로나의 전국적 확산에 놀란 정부가 차벽을 설치하여 개천절 집회를 전면 차단하고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발동하자 아무리 방역 목적이라지만 정부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다. 반면 정부와 여권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을 위해 일정 정도 집회의 자유 제한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 같다.

 

어느 입장이 더 타당한가? 정부는 전쟁 또는 팬데믹 상황과 같은 비상시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가? 제한할 수 있다면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만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가? 사실 이러한 문제는 근대 정치사상의 핵심적 문제로 존 스튜어트 밀을 비롯한 많은 자유주의 사상가들이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문제다. 마침 잘 알려진 두 논객이 밀의 <자유론>을 언급하며 집회의 자유 문제에 대해 날 서게 충돌한바 밀의 주장을 간략히 소개하고 개인의 자유의 한계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밀에 의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개인은 자신만 관련된, 즉 행동의 결과가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사적 영역에서 정부나 사회가 통제할 수 없는 절대적 자유를 갖는다. 구체적으로 밀은 이러한 자유의 예로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감정의 자유 등 의식 내면의 자유, 기호의 자유, 행복 추구의 자유, 결사의 자유, 좋은 삶을 추구할 자유를 들고 있다. 더 나아가 밀은 각 개인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그리고 행동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스스로 감수하는 한,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처럼 사적 영역에서 개인의 자유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동시에 밀은 타인과 관련된 영역, 즉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적 영역에서 사회적 통제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특히 밀은 “개인 또는 공공에 확실한 손해를 끼치거나 손해를 끼칠 확실한 위험이 있는 경우 그 사안은 자유의 영역을 벗어나 도덕성 또는 법의 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에 대한 사회적 통제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밀은 정부나 사회가 타인의 안전을 지키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개인의 의무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법적 강제와 처벌 같은 강제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피해가 불확실한 경우는 강제 대신 설득, 권유, 훈계 등을 통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밀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사안일 경우에도 범죄를 예방하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례로 일반적인 경우 술 마시는 일은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일로 술에 취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간섭할 일이 아니지만, “술에 취해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해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에게 특정한 법적 제한을 가하는 것은 너무나도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밀의 관점에서 볼 때 개인의 자유는 자신만 관련된 영역, 즉 양심과 사상, 신앙 등 의식 내면과 행동의 결과가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사적 영역에서는 절대적이지만 그렇다고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다. 공적 영역에서, 특히 타인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행동에 대한 사회적 통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 일부에선 사회적 통제 필요성에 대한 밀의 지적과 달리 개인의 자유의 절대성만을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통제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겨레신문 20201118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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