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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시벽-이규보

한문/한국한시

by 빛살 2009. 2. 1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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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癖 (시벽)


                                                                             이규보

年已涉縱心(연이섭종심)      나이 이미 칠십을 넘었고

位亦登台司 (위역등태사)     지위 또한 정승에 올랐네

始可放雕篆 (시가방조전)     이제는 시 짓는 일 놓을 만도 하건만

胡爲不能辭 (호위불능사)     어찌하여 그만 두지 못하는가.

朝吟類蜻蟀 (조음류청솔)     아침엔 귀뚜라미처럼 읊조려 대고

暮嘯如鳶鴟 (모소여연치)     저녁에도 올빼미인양 노래 부르네.

無奈有魔者 (무나유마자)     어찌할 수 없는 詩魔란 놈이

夙夜潛相隨 (숙야잠상수)     아침저녁 남몰래 따라 와서는

一着不暫捨 (일착불잠사)     한 번 붙어 잠시도 놓아주지 않아

使我至於斯 (사아지어사)     나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네.

日日剝心肝 (일일박심간)     날이면 날마다 心肝을 도려내

汁出幾篇詩 (즙출기편시)     몇 편의 시를 쥐어 짜내니

滋膏與脂液 (자고여지액)     내 몸의 기름기와 진액일랑은

不復留膚肌 (불복류부기)     다 빠져 살에는 남아 있질 않다오.

骨立苦吟哦 (골립고음아)     뼈만 남아 괴롭게 읊조리나니

此狀良可嗤 (차상식가치)     이 모습 정말로 우스웁구나

亦無驚人語 (역무경인어)    그렇다고 놀랄 만한 시를 지어서

足爲千載貽 (족위천재이)    천 년 뒤에 남길 만한 것도 없다네.

撫掌自大笑 (무당자대소)    손바닥을 부비며 홀로 크게 웃다가

笑罷復吟之 (소파부음지)    웃음을 그치고는 다시 읊조려 본다.

生死必由是 (생사필유시)    살고 죽는 것이 필시 시 때문일 터이니

此病醫難醫 (차병의난의)    이 병은 의원도 고치기 어렵도다. 

<갈래> 한시(漢詩)
<연대> 고려 시대
<제재> 시를 짓지 않고는 못 배기는 병
<주제> 시 짓기를 좋아하는 마음
<출전>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특징>

1. 자신이 얼마나 시 짓기를 좋아하는 지를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2. 솔직하고, 반성적인 어조

<짜임>

1. 1~10행 - 시 짓기를 그만두지 못함

2. 11~14행 - 시 짓기의 괴로움

3. 15~20행 - 시 짓기의 즐거움

4. 21~22행 - 시 짓기를 그치지 않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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