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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고풍59수-제1수

한문/중국한시

by 빛살 2014. 8. 1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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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 59]

고풍 59수는 판본에 따라 작품 수가 다른데, 송나라 갈립방葛立方운어양추韻語陽秋에는 이백의 고풍은 두 권이며 70편에 이른다.(李太白古風兩卷, 近七十篇)”고 하였지만 이백의 문집에는 모두 59편만 보인다. 하지만 그 59편도 판본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17수와 제8수를 각각 [느낌을 기탁하여 읊다 2(感寓二首)]로 하여 고풍 59수에서 제외하고 대신 제20수를 세 수로 나누어 수록한 경우도 있다. 또 제9수는 하악영령집河嶽英靈集에는 [생각을 읊다(詠懷)]로 되어있고, 8수는 당문수唐文粹에는 [느낌을 기탁하여 읊다(感寓)]로 되어있다. 고풍 59수는 일시에 지어진 것도 아니고 이 순서대로 지어진 연작시도 아니며, 이백의 전 생애에 걸쳐 감회를 위주로 무제無題 형식으로 지어진 작품들을 후인들이 [고풍古風]이라는 이름을 붙여 다시 정리한 것이다. 초당初唐 때의 시인 진자앙陳子昻의 시 [느낌을 기탁하여 읊다(感寓)]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전체적으로 복고적인 특징이 강하다. 형식상으로 모두 오언고시五言古詩로 되어있는 점을 제외하고 구절 수나 압운 양상 등에 차이가 많으며 내용도 영회, 풍자諷刺, 유선遊仙 등 다양하다.

그 중 제1수는 이백이 만년에 쓴 것으로 그 저작 시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이백의 문학관과 포부가 나타나 있어 편자들이 의도적으로 첫 번째로 배치한 듯하다. 여타 고풍의 시가 비유적인 수법을 많이 사용한데 반해 이 시는 내용을 직설적으로 서술한 것이 특징이다. 서주西周에서 당대唐代까지 시대별로 문학의 흐름을 개술하고 이에 대해 평론을 가하고 있는데 특히 굴원, 양웅, 사마상여, 건안시기 문인에 대한 흠모를 표현하였으며 쇠락해진 문풍을 다시 공자처럼 바로잡으려는 호방한 기상이 잘 드러나 있다.

 

古風五十九首 其一 고풍 59수 제1

 

大雅久不作,(대아구부작)1)       대아의 시가 오래도록 지어지지 않았고

吾衰竟誰陳.(오쇠경수진)2)       내가 노쇠하였으니 마침내 누가 읊으리오.

王風委蔓草,(왕풍위만초)3)       왕풍의 시가 덩굴 풀에 버려진 뒤

戰國多荊榛.(전국다형진)4)       전국시대엔 가시덤불 많았으며,

龍虎相啖食,(용호상담식)5)       용과 호랑이가 서로 잡아먹듯

兵戈逮狂秦.(병과체광진)6)       전쟁을 하며 광폭한 진나라에 이르렀다네.

正聲何微茫,(정성하미망)7)      올바른 노래는 어찌 그리 아득해졌는지?

哀怨起騷人.(애원기소인)8)      슬픔과 원망의 소리가 굴원에 의해 일어났었고,

揚馬激頹波,(양마격퇴파)9)      양웅과 사마상여가 쇠퇴해진 물결을 쳐 일으켜

開流蕩無垠.(개류탕무은)10)    물길을 열어 끝없는 곳으로 흐르게 하였네.

廢興雖萬變,(폐흥수만변)         피폐함과 흥성함이 비록 만 번이나 바뀌어도

憲章亦已淪.(헌장역이윤)11)     시의 법도는 진정 이미 사라져버렸으니,

自從建安來,(자종건안래)12)     건안 시기 이후부터는

綺麗不足珍.(기려부족진)13)     화려해져서 진귀하게 여길 것이 없었네.

聖代復元古,(성대복원고)14)     성스러운 당대에 들어와 상고의 기풍을 회복하여

垂衣貴淸眞.(수의귀청진)15)     옷을 드리우고 맑고 참됨을 귀하게 여겼으니,

群才屬休明,(군재속휴명)16)     여러 인재들이 아름답고 밝은 시대에 속하게 되어

乘運共躍鱗.(승운공약린)17)     시운을 타고 물고기처럼 함께 도약하였고,

文質相炳煥,(문질상병환)18)     문식과 실질이 서로 찬란하게 빛을 발하여

衆星羅秋旻.(중성라추민)19)     뭇 별들이 가을 하늘에 늘어서 있는 듯하네.

我志在刪術,(아지재산술)20)     나의 뜻은 공자처럼 산정하고 전술함에 있으니

垂輝映千春.(수휘영천춘)          밝은 빛을 드리워 천년동안 비출 것이니,

希聖如有立,(휘성여유립)21)     성인처럼 입언하여

絶筆於獲麟.(절필어획린)22)      “획린에서 절필하기를 바라네.

 

[주석]

1) 大雅(대아) - 시경詩經의 풍, (대아大雅, 소아小雅), 중의 하나로, 대부분 서주西周시대의 작품이다. 여기서는 아와 송을 포괄해서 세상이 태평할 때의 작품을 가리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2) 吾衰(오쇠) - 논어,술이術而공자가 말하기를 심하구나, 내가 노쇠한 것이라고 하였다.(子曰, 甚矣, 吾衰也)”를 인용한 것으로 이 시의 마지막 부분과 연관하여 이백 자신을 공자에 비유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 - 시를 읊다.

이 두 구절은 전체 시의 대의를 말한 것으로 옛 시의 정신이 쇠퇴해진지 오래되었는데 자신이 아니면 공자처럼 시의 뜻을 세울 사람이 없으며 이제 자신조차 노쇠해져서 그런 기약이 더욱 사라졌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3) 王風(왕풍) - 나라가 동천東遷한 이후의 도읍인 낙양洛陽지방의 노래. 풍은 원래 제후국의 노래인데 천자의 나라인 동주東周의 노래를 풍에 소속시킨 것은 주나라가 그만큼 권위가 떨어져 춘추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委蔓草(위만초) - 덩굴 풀에 버려지다. 시들고 퇴락했음을 의미한다.

4) 多荊榛(다형진) - 가시나무와 개암나무가 많다. 가시덤불이나 잡목들로 뒤덮이다. 전란으로 세상이 황폐해졌음을 비유한다.

5) 龍虎(용호) - 전국시대의 여러 나라들을 가리킨다.

() - 먹다. 삼키다.

6) () - 이르다.

7) 正聲(정성) - 올바른 노래. 대아大雅를 가리키며 고대의 태평성대한 시기에 불리는 노래이다.

微茫(미망) - 아득한 모양. 작아져서 흐릿한 모양.

8) 騷人(소인) - 굴원屈原이나 송옥宋玉 등의 초사楚辭 작가를 가리킨다.

이 두 구절은 시경의 정신을 굴원을 비롯한 초사 작가들이 이어받았음을 말한다.

9) 揚馬(양마) - 양웅揚雄과 사마상여司馬相如. 이들은 한나라 부의 작가이다.

10) () - 세차게 흐르다.

無垠(무은) - 끝이 없다.

11) 憲章(헌장) - 법도. 시의 올바른 법도.

() - 가라앉다. 쇠퇴하다.

12) 建安(건안) - 한나라 헌제獻帝의 연호. 이때 조씨부자曹氏父子와 건안칠자가 나와 시체가 크게 바뀌었는데 이를 건안체建安體라 부른다. 그 이후 문인들은 미려한 시풍을 추구했는데 이를 육조체六朝體라 한다.

13) 綺麗(기려) - 아름답고 화려하다.

이 두 구절이 표현상으로는 건안부터 기려함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선주 사조루에서 숙부 이운 교서를 전별하다.(宣州謝脁樓餞別校書叔雲)]에서 한나라 봉래의 문장과 위나라 건안의 풍골(蓬萊文章建安骨)”라고 한 것으로 볼 때 실제로는 건안의 문학은 기려함에서 제외하는 것이 옳다.

14) 聖代(성대) - 당대唐代를 가리킨다.

() - 회복하다.

元古(원고) - 이상 정치를 하던 상고上古시대. 대아가 불리던 시대를 말한다.

15) 垂衣(수의) - 옷을 드리우다. 팔짱끼고 가만히 앉아서 무위無爲의 정치를 하다.

16) 休明(휴명) - 아름답고 밝다.

17) 躍鱗(약린) - 뛰어오르는 물고기. 물고기처럼 도약하다.

18) 文質(문질) - 문식과 실질. 문장에서 형식과 내용을 말한다.

19) 秋旻(추민) - 가을 하늘. 가을은 모든 만물이 성숙하는 시기이므로 문학적 수준 역시 원숙한 경지에 올랐음을 비유한 것이다.

20) 刪述(산술) - 공자가 옛날 전해지던 시를 간추려 뽑아서 [시경]을 편찬하고 육경六經을 전술傳述한 것을 가리킨다.

21) () - 바라다.

22) 獲麟(획린) - 공자는 주나라의 도가 흥하지 못하는 것에 마음 아파하고 상서로움에 응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여 노춘추魯春秋를 지어 중흥의 가르침을 펴다가 기린을 잡았다(獲麟)”는 구절에서 절필絶筆하였다.

이상 네 구절은 이백이 공자를 본받아 옛 시의 정신을 되살려 문풍을 부흥시키고자 하는 포부를 표현한 것이다.

<휴넷 인문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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