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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스승의 날에

마음닦기/붓 가는 대로

by 빛살 2007. 9. 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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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 벽을 허물고

스승의 날이다.
교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 즐거워야 할 날이지만 언제나 나에게는 쑥스럽고 부담스럽기만 하다.

우선 스승의 노래가 나를 쑥스럽게 한다.
살아오면서 스승에게 고마움을 느낀 적은 있었지만 하늘 같지는 않았다. 나 또한 학생들에게 하늘 같은 은혜를 베푼 적이 없고, 하늘 같은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없을 것이다.
초임 교사 시절부터 생각해왔지만 너무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스승의 노래를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으로 바꾸고 싶다.

두 번째는 선물이다.
솔직히 받아도 그다지 기쁘지 않고 못 받아도 기분이 좋지 않다.
내 자신이 학부형이 되니 이해는 된다. 집에서 말도 잘 듣지 않는 자식들을 보면서 학교 선생님이 얼마나 고생을 하실까 하는 생각에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해야겠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지만 실천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스승의 날을 빌어 아내가 작은 선물을 드리곤 한다.
하지만 정도가 문제다. 받아서 부담스러울 정도의 선물이 있다. 이번에도 이틀 전에 부담스러운 선물을 받고 고민 중이다. 돌려주어야 하나 받아야 하나. 이래저래 몇 안 남은 머리털만 축나게 되었다. 그래서 어제 아이들 앞에서 이번 스승의 날에는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오늘 아침에 실장이 반 아이들 사진판과 선물을 준다. 매정하게 뿌리칠 수 없어 받았다. 받기 시작하니 제법 들어온다. 편지도 몇 장 된다.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담은 편지를 읽을 때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내 마음은 훈훈해 진다. 편지만큼 좋은 선물도 드물 것 같다. 아주 드물지만 학부모님의 진솔한 편지를 읽을 때면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 같다.
결국 선물은 물건보다도 거기에 담겨 있는 정이라고 생각한다. 학부형으로서 나도 아이의 선생님께 정다운 정을 한 번도 드리지 못한 점을 반성해야겠다.

셋째, 학교에는 스승은 있어도 제자가 없다.
스승의 날은 유명 인사 및 고위직 관리들이 일일 교사로 나서는 등 전국이 시끌벅적하지만 학생의 날은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15년 이상을 교직에 몸담고 있지만 학생의 날 기념식에 대한 기억이 없다. 교사가 중요하다면 학생도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학생이 없다면 교사의 존재 가치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학생들은 가까운 미래의 주역이 아닌가?
역사적 배경이 스승의 날보다 더 뚜렷한 학생의 날을 스승의 날처럼 기념을 하거나 아니며 아예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참여하는 교육의 날을 정해서 기념하는 것이 어떨까?

그 동안 우리는 너무나 권위주의적인 사고 속에서 살아 온 것 같다.
교육은 어느 한 주체가 일방적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벽을 허물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때 바람직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어떻든 함께 할 수 있는 학생들이 있어 행복하다.

200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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