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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어느 날 일기에서

마음닦기/붓 가는 대로

by 빛살 2007. 9. 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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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6 월 7 일   월 요일   날씨 흐림

교무실 내 책상 위에는 선인장이 있다.
조선 백자를 흉내낸 작은 자기에 볼품있다고는 할 수 없는 작은 선인장이 있다.
볼품 없다고 하는 것은 선인장보다도 조잡한 자기 때문일 거라고 고쳐 생각해본다.
작은 그릇에 너무 많은 것들을 표현하려니 조잡스러워 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분수에 넘치는 욕심은 사람을 추하게 만든다는 것을 선인장을 보면서 다시 한번 깨닫는다.

선인장을 보면서 생각한다.
그것의 질긴 생명력을. 아마 내가 알고 있는 식물 중에서 생명력이 가장 강하지 않을까?
사막의 그 악조건 속에서도 생명을 연장해 가는 그 기술.

자식들, 어쩌면 나의 계획을 눈치챈 것은 아닐까?
어떻게 하든 직장에 붙어 있어 월급이나마 그때그때 타서 쓰자는,
인생을 아둥바둥 살아 무엇하겠느냐는 나의 인생관을 눈치채고 있는 게 아닐까.

아마 그래서 스승의 날에 이걸 나에게 선물했을 것이다.
징그러운 놈들.
질기게, 질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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