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위한 열 가지 공부
등록 :2018-06-21 19:45수정 :2018-06-21 20:06
[책과 생각] 이상수의 제자백가 인생공부
지금까지 좁은 지면에서 제자백가 열 명의 주장을 겉핥기식으로 살펴보았다. 제자백가의 누가 어떤 말을 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각각 누구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공부 방법을 열 가지 일러 주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한 방법들이다.
공자는 타인에게서 배우라고 했다. 타자에 대한 탐구가 성찰의 깊이를 좌우한다. 노자는 내가 가진 것 가운데 겉으로 드러나고 밝게 빛나는 것 말고, 안에 묻혀 있는 그늘의 역량을 주목하라고 했다. 손자는 적의 위대함을 알아보는 안목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묵자는 두루 포용하는 겸(兼)을 공부하라고 했다. 맹자는 우리 내면에 있는 호연지기를 기를 것을 요구했다. 장자는 역설의 가치를 말하며 작은 것도 크게 볼 줄 아는 안목과 큰 것이 사실은 보잘 것 없는 작은 것임을 볼 줄 아는 안목을 요구했다. 순자는 인간의 실천을 중시하여 하늘의 뜻도 인간이 마름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비자는 평범함 속에 위대함이 숨어 있다며 범용성을 찬양했다. <여씨춘추>에서는 서로 극단적으로 반대 입장에 서 있는 것 같은 논리도 궁극적으로 서로 포용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열 명의 사상가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이 우리로서는 더욱 고맙다. 열 명의 서로 다른 시각은 열 개의 프리즘을 제공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태를 만나더라도 우리는 이 열 가지 프리즘을 통해 자기 태도를 가다듬을 수 있다. 처음 접하는 낯선 사태와 만났을 때는 “내가 이루고자 하면 먼저 타인을 이루도록 해 주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떠올려 보자. 웅장하고 빛나고 높게 솟은 어떤 사태를 만나면, “암컷과 그늘과 낮은 곳”에 머물 것을 주장한 노자의 가르침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상대방과 대결이 필요한 순간이 닥쳐오면 적의 위대함을 알아보라는 손자의 가르침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팽팽하게 서로의 논리가 맞설 때는 두 논리를 함께 아우를 수 없는지 살펴보라고 한 묵자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 거대한 세력과 맞설 때는 맹자의 호연지기 공부와 더불어, 큰 것도 작게 보는 안목을 갖추라고 한 장자의 말을 떠올리는 게 좋을 것이다. 자연의 힘이 너무 크게 느껴질 때는 자기 환경의 ‘운전사’가 될 것을 주창한 순자를 기억해내자. 내 손 안에 평범한 것들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 한비자가 범용성을 얼마나 찬양했는지 상기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적으로 만들어내어야 할 순간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종합을 이뤄낼 수 있음을 보여준 여씨춘추의 스케일을 떠올리자. 이게 제자백가의 열 가지 프리즘을 통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이다.
이런 공부가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인가. 이 공부들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도록 만든다. 첫째는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묻게 된다. 진정으로 강하다는 것은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다. 타자에게서 원인을 찾지 말고, 자기 내면에서 원인을 찾으라. 자기가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타자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더욱 가혹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진정 지혜로운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질문이다. 지혜롭다는 것은 자기 생각과 논리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한 가지 사유나 논리가 완전할 수는 없다. 타인의 사유와 논리에 의해 보충되지 않고서는 지혜가 온전해질 수 없다. 그러므로 마음을 열고 타인의 사유와 논리에 귀를 기울이고,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공부할 것은 결국 이런 것들이 아닐까. 진정으로 강한 것과 지혜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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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서울시교육청 대변인, 철학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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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50148.html#csidxc23e55e7c75575db07504b1914508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