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박형권
우물 / 박형권 귀뚜라미는 나에게 가을밤을 읽어주는데 나는 귀뚜라미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 언제 한번 귀뚜라미 초대하여 발 뻗고 눕게 하고 귀뚜라미를 찬미한 시인들의 시를 읽어주고 싶다 오늘 밤에는 귀뚜라미로 변신하여 가을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동네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봐야겠다 - 시집 『우두커니』(실천문학사, 2009) 절세미인으로 소문난 시빌라에게 아폴론이 소원을 물었습니다. 그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달콤한 말로 꾀었지요. 시빌라는 양손 가득 모래알을 움켜쥐고 말했습니다. 이 손안의 모래알 수만큼 봄을 맞게 해달라고요. 하지만 시빌라는 끝내 아폴론의 구애를 거절했고, 아폴론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시빌라의 소원을 이뤄줍니다. 시빌라에게 모래알 수만큼의 수명을 허락했지만, 젊음이..
마음닦기/시
2021. 10. 29.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