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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전국환경마라톤대회

취미활동/마라톤대회참가기

by 빛살 2007. 10. 3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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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원주에 올라 갈 때마다 들르는 곳이 안동이다.
그래서 그런지 안동하면 느낌부터 좋다.

작년 9월 탈춤축제 기간에도  하프마라톤대회가 열렸었다.
처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한 대회라 영원히 기억될 대회다.

운영 미숙으로 욕도 많이 먹었지만 잠재력만큼은 무한한 대회라고 생각했다.
코스도 좋고 탈춤 축제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로 볼거리가 많아 가족을 동반한 대회로는 최상이었다.
우리집아이들도 매우 즐거워했다.
포항으로 내려오면서 아이들이 나에게 내년에도 꼭 가자고 다짐을 받아냈다.

해병대 마라톤에 참가하지 못해 택한 결과였지만 환경단체에서 주최하는 전국단위대회이고 대회 홈페이지도 괜찮았으며 몇 가지 행사도 준비한다고 해서 자못 기대했었다.
최근에 새만금 방조제 사업을 반대하고 갯벌을 살리자는 뜻에서 전북 부안에서 서울까지 309km를 삼보 일배주 하는 소식을 담은 사이트(http://3bo1bae.kfem.or.kr)를 찾은 적이 있었다.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를 대표하는 네 분의 종교인들과 시민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절하는 사진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자신에게 현실적이고도 직접적인 이득도 없는 일을 위해 처절한 고행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저것이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이라고 느꼈다.
뛸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죄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환경마라톤이라는 이름이 더 정답게 느껴졌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1학기를 마감하는 대회이기에 나름대로 준비도 했다.

토요일
가족과 함께 안동에 올라갔다.
용왕제가 열리는 안동댐으로 갔다.
월영교 입구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여인네가 통돼지를 둘러메고 무대를 휘젓고 다니며, 무대 주위에 온통 작두날이라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용왕제 구경 대신 월영교 주위를 산책하며 저물어 가는 안동의 오후를 즐겼다.
마음은 더없이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근처 식당에서 안동 간고등어구이와 야채쌈을 먹고 숙소를 정하기 위해 대회장인 시민운동장 주변으로 향했다.
숙박 시설이 없어 작년에 묵었던 안동파크호텔로 갔다.
온돌방을 예매하려다 실패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갔더니 침대방이 하나 있는데 더블 침대 하나와 싱글 침대 하나뿐이란다.
거기다 가격도 8만 7천원씩이나...
네 식구가 자기에도 좁고 돈도 아까운 생각이 들어 주위 여관에 가 보니 온통 성인전용이라는 글자만 보인다.
역주변이라서 그런가?
막내는 작년 기억 때문인지 자꾸 호텔로 가자고 한다.
할 수 없이 호텔로 갔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다.

6시 휴대폰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샤워를 하고 어제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둔 김밥과 바나나로 요기를 했다.
포마클 유니폼을 입고 만반의 준비를 한 후 호텔을 나섰다.
차안에서 이 번 대회에 포마클에서 유일하게 참가하는 임상현님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전원이 꺼졌다는 여자의 음성이 들린다.

7시 30분쯤 운동장에 도착했다.
강가라서 그런지 안개가 자욱하다.
긴 옷을 입고 차를 주차시킨 곳에서 운동장까지 가벼운 조깅으로 몸을 풀다가 차 열쇠를 파출소에 맡기고 경기복 차림으로 운동장에 들어갔다.

잔디가 이슬에 젖어 촉촉했다.
몸을 충분히 풀고 시계를 보니 여유가 있어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갔다.
시원하게 볼 일을 보고 밖으로 나와 슬슬 운동장 입구 출발지점으로 나오니 저 앞에 사람들이 뛰어 가고 있다.
하프 출발은 아직 시간이 남았고 풀은 출발한 지 10분 이상 지났는데 무슨 사람들인가 생각 중인데 남녀 한 쌍이 벌써 출발하면 어떡해 하면서 달려 나간다.
유니폼을 보니 런너스 클럽 소속이었는데 남자분이 김씨 성이라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시간을 보니 8시 15분 정도.
예정 시간보다 6,7분 빨리 출발한 것 같았다.

안개만 아니라면 달리기에 가장 좋은 날씨였다.
내 고향도 섬강 때문에 아침이면 안개가 자욱했었는데..... 마치 고향길을 달리는 것처럼 포근했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추월하면서 달려 나갔다.
잠을 설쳤지만 몸 상태도 좋았다.
같이 출발한 한 쌍의 남녀분이 저 멀리 앞서나간다.
고수인 것 같았다.
강변을 끼고 도는 도로를 따라 피어 있는 노란 꽃들이 안개 속에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길가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할머니 한 분이 살며시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이 너무 정겨웠다.

5km 거리 표지가 있는 곳에서 물을 마셨다. 자원 봉사자들이 반갑게 응원을 해준다. 하지만 거리 표시는 다시 볼 수 없었다.

2km쯤 더 달리니 오르막이 나온다. 제법 경사가 있다. 벌써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제까지는 오르막을 힘을 내어 올라갔지만 누군가의 조언에 따라 힘을 조금 줄였다. 대신 같은 강도로 내려오는데 힘을 쏟았다. 이러한 오르막이 전반부에 3~4곳 있었다. 마지막 오르막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니 강이 보인다.

 

 

이제는 결승점까지 평지이다. 강가 둔치를 뛰는데 약간 힘이 들었다. 호흡을 깊게 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추월해 나갔다.
법흥교를 건너 조금 더 가니 같이 출발했던 런너스 클럽 두 분이 보인다. 두 분을 뒤로 하고 계속 달렸다. 용정교를 지나기 직전부터 날씨가 덥게 느껴졌다. 아주 약간의 경사인데도 힘이 들었다. 주위의 사람들도 발걸음이 무겁다. 햇볕이 점점 따갑게 느껴진다. 풀코스 주자들이 고생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식은 신경도 안 썼고 마지막 급수대에서 물도 마시지 않고 달렸다.

하프 참가자가 600명은 되니 지금까지 추월한 사람이 500은 되지 않을까 생각하니 힘이 솟는다. 은근히 기록도 당기고 싶은 생각이 든다. 드디어 마지막 운동장 트랙을 돈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추월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승점 몇 미터 앞에서 앞질렀더니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함성을 지르며 나를 추월한다. 달리는 도중 내가 알기에는 나를 추월한 유일한 사람이다.
대략 1시간 39분 정도의 기록이 나올 것 같았다.

차로 돌아와 수건으로 대충 땀을 씻고 옷을 갈아 입었다. 횡단보도를 보니 식구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주로 옆이라 주자들이 쉴 새 없이 들어온다. 아이들이 ‘아빠는 벌써 들어 왔어’하는 말에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크크크크 기분이 좋았다.

운동장에서 벌어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식구들이랑 운동장쪽으로 올라갔다. 하프 주자들이 드문드문 들어온다. 운동장 입구에 도착하였을 때 풀코스 선두 주자가 들어온다는 방송이 나왔다. 노란 위아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다. 오늘은 유난히 위아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힘차게 박수를 치면서 다음 주자를 기다리니 하프 주자 사이로 위아의 노란 유니폼이 또 보인다. 아니 대한민국 마스터즈 마라톤의 대표주자 신동역님이 아닌가. 1위와 3분 정도 차이가 나고 무척 힘든 표정이다. 주위의 누군가가 신동역님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을 하며 혀를 끌끌 찬다.

날씨는 점점 더워진다. 그늘에서 쉬다가 급식소에서 주는 국수가 맛있어 보여 큰딸 아이랑 길게 늘어선 줄 끄트머리에 섰다. 거의 국수를 받을 수 있는 거리까지 왔는데 삶은 국수가 다 떨어져 많이 기다려야 했다. 딸아이가 지쳤는지 나 국수 안 먹어 하면서 기다리기를 포기한다. 나도 임상현님이나 마중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침을 꼴깍 삼키며 국수를 포기했다.

혼자서 가로수가 늘어서 있는 결승점 부근으로 나가서 기다렸다. 풀 주자가 고작 200명 정도밖에 안 되어서 아주 드문드문 들어오고 있다. 날씨는 덥지 같이 달려주는 사람은 없지 풀코스 안 뛰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시원한 그늘 밑에서 했다. 대신 들어오는 사람 모두에게 파이팅, 힘이라고 힘차게 외쳐 주며 박수를 보냈다. 지친 표정으로 어렵게 어렵게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손을 흔들어 답례해 주는 주자들을 보면 응원하는 나까지 힘이 난다. 앞으로 응원을 받을 때는 꼭 답례를 해 주어야겠다.

아무리 기다려도 임상현님은 안 온다.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가면서 응원을 했다. 적어도 3시간 20분대는 끊는 사람인데 덥기는 더운가 보다 생각하면서 계속 기다렸다. 출발한 지 4시간이 다되어 가는데도 안 온다. 참가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일까 의심이 들어 다시 한 번 휴대폰을 때려도 여전히 전원이 꺼져 있다는 여자의 목소리만 들려온다. 때 마침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가자며 이리로 내려오라고 전한 뒤 이제는 식구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런 쉐이들 하는 욕이 저절로 나왔다. 4시간도 채 안되었는데 교통 통제가 풀린 것 같았다. 힘들게 뛰어 오는 주자들을 향해 운동장 쪽에서 차가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배낭을 맨 이상한 차림의 사나이가 눈에 들어온다. 힘!하고 외치면서 보니 임상현님이다.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상한 차림새와 콧물 자국 이외에는 굉장히 편해 보였다. 조금 따라 가 보았지만 쫓아가지를 못하겠다. 결승점에서 인사를 하고 급식소까지 따라 간 후 가족과의 일정 때문에 작별을 했다. 언제나 봐도 힘이 넘쳐 보인다.

차를 타고 용정교쪽으로 나오니 4시간 30분도 안 지났는데 교통 통제가 완전히 풀린 것 같았다. 주자들이 인도로 달리고 있었다. 더위에 지쳤는지 살짝 드리운 그늘쪽으로 달리고 있는 주자들을 향해 차창 너머로 계속 힘!, 힘! 하고 외치면서 차를 몰았다. 아내가 마라톤 하면 다 이렇게 돼. 하면서 핀잔을 준다.

이렇게 해서 나의 1학기 공식 대회 참가 일정이 모두 끝났다.
풀 한 번, 하프 두 번, 10km 한 번.
참가 횟수도 적었고 기록도 작년보다 못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뛴 결과이기에 만족한다. 특히 이번 안동 대회는 여한 없이 달린 대회라 누가 뭐래도 기분이 최고다.

안타까운 것은 좋은 여건을 갖추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대회 주최 측의 운영 능력 부족이다. 처음이라고 잘 봐달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자신이 없으면 개최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일단 개최를 한다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한다.

월요일 기록을 조회하여 보니 1시간 40분 3초가 나왔다. 함성을 지르며 나를 앞지른 사람과 1초 차이가 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그 사람이랑 나랑 출발을 같이 한 게 아닐텐데. 의심만 하면서 기록을 그대로 받아 들였다.

점심을 먹고 다시 한 번 기록을 조회해 보니 1시간 38분 42초로 나와 있다. 사정을 알아보니 처음에 올린 것은 건타임이고 나중에 올린 것이 넷타임이란다.
그래도 즐거웠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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