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 / 함민복
하루 산책 걸렀다고 삐쳐
손 내밀어도 발 주지 않고 돌아앉는
길상이는 열네 살
잘 봐
나 이제 나무에게 악수하는 법 가르쳐주고
나무와 악수할 거야
토라져
길상이 집 곁에 있는
어린 단풍나무를 향해 돌아서는데
가르치다니!
단풍나무는 세상 모두와 악수를 나누고 싶어
이리 온몸에 손을 달고
바람과 달빛과 어둠과
격정의 빗방울과
꽃향기와
바싹 마른 손으로 젖은 손 눈보라와
이미
이미
악수를 나누고 있었으니
길상아 네 순한 눈빛이
내게 악수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었구나
《창작과 비평》2020.봄
2020년 유심 작품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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