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을 지키는 신.
먼 옛날 하늘나라 왕자가 밥을 먹을 때마다 밥알을 조금씩 흘렸다. 옥황상제는 여러 번 타일렀지만 왕자의 버릇이 고쳐지지 않자, 크게 화를 내며 불호령을 내렸다.
“너는 곡식 귀한 줄을 모르고 금쪽 같은 밥알을 함부로 버리니, 그래서야 어찌 농사짓는 백성의 왕이라 하겠느냐? 게다가 한 번 저지른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르니 그 죄가 더욱 크다. 마땅히 중벌로 다스리리라.”
옥황상제는 그 길로 왕자를 소로 만들어 인간세상에 귀양 보냈다.
소가 된 왕자는 어느 농사꾼의 집에 팔려가 쉴 새 없이 일을 했다. 발굽이 부르트고 살갗이 닳도록 일을 하면서 날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그렇게 열두 해 동안이나 일을 한 끝에 비로소 죄를 씻고 하늘로 올라갔는데, 그때의 인연으로 외양간을 지키는 마부왕이 되었다.
그래서 마부왕은 그 어떤 신보다도 소를 소중히 여긴다. 소를 함부로 다루거나 굶기거나 해코지하는 사람은 반드시 마부왕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마부왕에게 딸린 신도 있다. 구능장군은 어미소가 송아지를 잘 낳게 해주는 소의 삼신, 구융신은 소여물을 담는 구유를 지키는 신이다. -출전: 우리 신 이야기/서정오 글/현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