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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신

한국의 신화/가택신

by 빛살 2017. 12. 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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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신(업왕신, , 업왕이라고도 함)은 집안의 재복을 담당하는 가택신(곳간을 지키는 신)으로 지붕 위의 용마름 밑이나 곡간의 볏섬, 노적가리 등에 존재한다고 한다. 이는 농경사회였던 전통적인 공동체에서 부의 기준을 가르는 것이 바로 볏섬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업신은 다른 가신들과는 다르게 독특한 점이 많은 신이다. 먼저 업신은 어느 일정한 공간을 관장하고 있는 가신들과는 달리 특별한 장소를 책임지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주로 곡물을 저장하는 곡간이나 그 주변에서 그 집의 재복이 불어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업신은 가택신 중 유일하게 실물의 동물 형상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집 구렁이와 두꺼비가 업신의 현현이라 믿어졌으며 그 외에도 족제비나 소, 개도 업신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사람도 인업이라 하여 업동이’ ‘업며느리라 불리기도 하면서 재물운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했다. 무가의 '성주풀이' 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만석 장자가 날 터로다 / 구렁이 업은 기어들고 / 족제비 업은 뛰어들고 / 두꺼비 업은 걸어드네라는 가사가 그것이다. 업신이 집안으로 들어오니 만석꾼이 될 성주(가신이 아니라 주택)임을 노래하고 있다.

 

업신은 실존의 동물이기 때문에 그 집 사람들이 간혹 구렁이, 두꺼비나 족제비를 볼 수도 있지만, 설사 동물로 현현된 업신을 보았다 하더라도 그 사람은 그 사실을 절대로 입 밖에 내지 않아야 한다. 업신을 보았다는 소문이 나서 사람들의 입에 업신이 오르내리면 부정을 타게 되어 업신의 영력이 소멸되고 결국 그 집을 떠나버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업신이 있는 장소를 알고 있는 주부가 매월 그믐날 저녁에 흰 죽을 쑤어 그곳에 가져다 놓고 다음날 가보면 죽을 먹은 흔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무수히 전해진다. 업신이 먹다 남은 죽은 함부로 버리지 않고 주부가 깨끗이 먹었는데, 이렇게 해야 업신의 영력으로 복이 들어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여타의 가신들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가옥이 조성되면 반드시 그 집에 살면서 가정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데 비해, 이 업신은 예고도 없이 집에 찾아와 그 집을 부자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반대로 소리 없이 나가버려 하루 아침에 집이 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업신의 출입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집들이 업신이 와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섬기기를 원한다.

 

업둥이와 업며느리는 대표적인 인업이다. 업둥이는 원래 자기 집 앞에 버려진 아기를 지칭했던 단어다. 업둥이는 업이기 때문에 내보내면 화를 당하지만 잘 키우면 복을 얻는다고 해서 거두어들인다. 남자 업둥이는 주인의 성을 붙여 대를 잇게도 하였고 여자 업둥이는 좋은 가문에 시집도 보내주었다.

 

업둥이를 거두어 키우는 것은 명목상으로 업신으로 받아들이는 의미이지만, 그 이면에는 불쌍한 아이를 거두어 들이고자 하는 인간애가 숨겨있다. 또한 새로 맞이한 며느리가 들어온 다음부터 그 집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면 그 며느리를 업으로 여기고 어여삐 여겼다. 버려진 아이나 며느리를 인업으로 대했던 것은, 사람을 신으로 대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업에 빗대어 그 대상을 사랑해준다는 의미였고, 이는 우리 조상의 아름다운 풍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출처 : 문화콘텐츠닷컴

 

 

사진출처: 신한국문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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