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최두석
시흥 산동네 언덕길을 오르는 아낙의 등 뒤로 땅거미가 내린다. 아낙은 땀 맺힌 이마를 문지르며 길가 토마토나 수박을 올려놓은 리어카들을 슬쩍 둘러본다. 그녀가 청소부로 일하는 여의도 상가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때깔이 다르다. 길바닥에서 노는 아이들의 입성은 영판 다른 나라다. 그녀의 핼쓱한 홀쭉이 아들이 귀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올봄 고등학생이 된 아들은 밤 열 시가 넘어야 돌아온다. 그녀는 무조건 늦게까지 붙잡아 놓는 학교가 고맙기만 하다. 학교는 물론 출세를 위한 사다리, 그렇지만 한편 불안해진다. 아득하기만 한 대학, 더구나 학사 건달도 여럿 보았으므로. 그녀는 가게에서 콩나물을 한 봉지 사들고 다시 언덕길을 오른다. 오를수록 목이 타고 더욱 불안해진다. 재개발 소문은 돌림병처럼 떠돌고 갑자기 집이 신기루같이 사라져 버리지나 않을까 하고. 그녀는 얼른 방정맞다고 자신을 나무라며 고개를 젓고 또 생각한다. 어릴 적 무심코 가지고 놀았던 항아리 조각과 거기에 늘어붙어 있던 머리키락 몇 올을. 공동묘지를 뭉개고 신축한 시골 국민학교 운동장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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