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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딱지꽃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07. 9. 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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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꽃 - 나를 다스리는 꽃

 

慢, mana(남태평양 연안 원주민의 언어로 현상 뒤에 숨어 있는 초자연적인 힘)의 한역, 영어로는 pride 또는 conceit로 변역된다.

我慢, 자신이 남보다 훌륭하다고 망상하여 남에게 뽐내려 드는 방자한 마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학식이나 용모, 혈통 등 자신이 갖고 있는 조건 때문에 우월감을 가지는 마음은 驕인데 반해, 만은 무조건 자기 자신이 다고 느끼는 본능적 심성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교는 오히려 調伏 받기 쉽다로 하겠으나, 만은 그 뿌리가 깊고 미묘하므로, 인간의 해탈을 막는 열 가지 족쇄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마지막 족쇄에 속하여 아라한과를 성취해야 비로소 완전히 소멸된다.

범어의 원래 뜻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긴 자의식(self-conception)을 가리킴.

 

慢, 요즘 내가 지고 다니는 화두이다.

 

남들은 그렇게 보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는 자신이 얼마나 교만한지 잘 알고 잇다.

모르면 고통이 아닌데 알기 때문에 나는 괴로운 거다.

겉으로 보란 듯이 잘난 체하는 것보다 이렇게 속으로 싸고도는 만이야말로 골치 아픈 거지.

학창시절부터 내성적이었던 나는 겉으로 남들로부터 무시당하는 것같이 느껴지는 것만큼 속으로 남들을 우습게 보았던 것이다.

때문에 겉만 보고 우습게 알고 내게 함부로 굴었다가 앗 뜨거라 하며 호되게 당한 이들도 꽤 있지.

한때는 그것이 한 인간이 지니고 있는 저력이 아닐까 하고 생각도 했었지만 결국은 만에 지나지 않음을 인정하게 되었단다.

 

특히나 감옥 안에서 아만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을 접하고부터는 나의 만이 얼마나 견고한 것이었는지를 더욱 실감하게 되었단다.

어쩌면 이것은 타고난 것이기도 하다.

사주를 보면 나온다.

사주가 아니더라도 나는 일찍이 이 만을 다스리는 것이 내 인생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일임을 알고 여러 번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나만의 특이한 습성과 결부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다스리기가 결코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아만에 사로잡혀 쓸데없는 말들을 허공에 마구 뱉어 놓은 날의 잠자리는 왜 이리 뒤숭숭하고 불안한지.

마치 만이라는 독을 내 주변에 풀컥풀컥 풀어낸 것만 같다.

때때로 사람들은 재능 있는 자들의 오만을 천성으로 알고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이 다 그러하지만 만 역시 두 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인간을 타락시키기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로 인한 고통을 통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완전함에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기도 한다.

 

오늘 그린 풀은 딱지꽃이다.

내가 좋아하는 풀 중의 하나이지.

어린 싹을 보면 아주 맛있게 생겼는데 아직 한번도 맛을 보질 못했다.

화단에 한 뿌리밖에 없기 때문이야.

어렵게 어렵게 옆 사동에서 한 뿌리 캐어다 2년 동안 키운 것인데 새끼도 안치고 해서 애지중지하고 있다.

꽃모양과는 전혀 상관없는 딱지란 말이 어떤 연유로 붙었는지 모르겠다.

이놈은 꽃대가 나오기까지는 대단히 천천히 자라다가 일단 꽃몽오리가 터지기 시작하면 쑥쑥 자라는 게 무척 시원스럽게 보인다.

또 작은 노란 꽃들이 두 달 가까이 피고 지고 한다.

그 많은 작은 꽃봉오리들이 모조리 다 꽃으로 피어나는 것을 보면 딱지꽃은 참으로 저력이 있는 풀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야생초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 속의 만을 다스리고자 하는 뜻도 숨어 있다.

인간의 손때가 묻은 관상용 화초에서 느껴지는 화려함이나 교만이 야생초에는 없기 때문이지.

아무리 화사한 꽃을 피우는 야생초라 할지라도 가만히 십 분만 들여다 보면 그렇게 소박해 보일 수가 없다.

자연 속에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있을지언정 남을 우습게 보는 교만은 없거든.

우리 인간만이 생존경쟁을 넘어서서 남을 무시하고 제 잘난 맛에 빠져 자연의 향기를 잃고 있다.

남과 나를 비교하여 나만이 옳고 잘났다며 뻐기는 인간들은 크건 작건 못생겼던 잘 생겼건 타고난 제 모습의 꽃만 피워 내는 야생초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야생초를 사랑하면서 교만한 자가 있다면 그는 다른 목적으로 야생초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 설연후에 부동액을 사러 대구 시지에 있는 월마트에 갔다.

간 김에 한결이에게 반지의 제왕 2부 두 권을 사주고

눈에 띄기에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도 샀다.

재생 용지와 소박한 제본이 맘에 들었다.

경산 처가에서 단숨에 읽었다.

들꽃처럼 마음이 여유로와 진다.

 

그 중에 마음에 와닿은 내용이 있어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이렇게 옮겨 적었다.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자. (2003-02-15 0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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