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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경 이야기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09. 11. 2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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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불교4 /아함경 이야기/마쓰야 후미오 지음/이원섭 옮김/현암사/


2009.11.28 재독

 

겉표지를 넘기니 97.1.3 이라고 쓰여져 있다. 97년 즈음에 아함경에 대한 재평가가 한창이었던 같다. 그러기에 아함경에 대한 개설서인 이책과 함께 민족사에서 나온 '아함경 두 권'을 구입했겠지. 개설서인 이 책은 두 번 읽었으나 편역본인 아함경은 열 장도 못 읽은 것 같다. 아함경도 마저 읽어야겠다.

 

붓다가 돌아가신 직후(석 달 후) 이단 사설이 만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자들이 마가다국의 라자가하(왕사성)에 모여 몇 달에 걸쳐 붓다의 가르침과 계율을 결집한다. 이것이 아함경의 원형이라고 하니, 아함경은 붓다의 가르침을 가장 생생하게 전하는 불교의 근본 경전이라 할 수 있다. '아함'은 '아가마(Agama-오는 것, 전승된 가르침)'의 한역이다. 아함경은 하나의 경 이름이 아니라 초기불교시대에 성립된 수천의 경들을 총칭하는 말로 '팔리 오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팔리 오부'는 1.장부경전 2.중부경전 3.상응부경전 4.증지부경전 5.소부경전 이렇게 다섯 부분으로 편집되어 있다. 이 중에서 상응부경전에 붓다의 언행이 가장 진실에 가까운 형태로 기록되어 있다. 소부경전은 가장 후기에 속하지만 '법구경, 자설경, 경집, 장로게경, 장로니게경' 등의 훌륭한 경들이 포함되어 있어 널리 읽힌다.

 

팔리 오부를 중국인들이 번역한 것이 한역 사아함이다. 1. 장아함경 2. 중아함경 3. 잡아함경 4. 증일아함경. 소부경전이 빠졌고, 잡아함경이 상응부경전에 해당한다.

 

이 책은 1부 '그 사람'에서는 석가의 일생을 깨달음과 인간성이라는 측면에서 살펴 보았고,

           2부 '그 사상'에서는 석가의 근본 사상에 대해서

           3부 '그 실천'에서는 사상의 실천, 도를 닦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석가는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명에 허덕이고 있는 인간을 깨우치는 인류의 교사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지에 빠져 헤매는 사람들에게 살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목적지에 이르는 방법을 설명해 주는 석가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불교는 기도 없는 도덕 체계에서 출발하여 마침내 종교가 되었다."는 표현이 이해가 된다. 이때 종교는 신의 유무가 아니라 성스러운 것의 추구 여부로 결정된다는 지은이의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붓다가 인생의 황야 속에서 존재의 불행과 고뇌로부터 멀리 떠난 오아시스를 발견한 일, 거기에 성스러운 것이 풍성한 내용을 지니고 속된 것과 대치되어 있는 것이다."(제데르블롬, 신앙의 생성)

 

대승 불교를 상징하는 보살의 수행을 흔히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이라고 한다. 대승 불교에서는 '상구보리와 하화중생'을 동시적이며 상호보완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이면서 상구보리에 치중하는 소승불교를 가볍게 본다. 소승은 개인적인 깨달음에만 치중하고 중생 제도는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상구보리 뒤에 하화중생할 것을 강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 한편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 자신도 바로 서지 못하면서 남을 제도한다고! 오히려 나를 바로 세우는 것이 남을 도와 주는 것이 아닐까? 먼저 도를 깨친 뒤에 전도에 힘쓴 붓다처럼 상구보리가 먼저라는 생각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상구보리를 하면서 하화중생을 하거나, 상구보리를 한 후, 하화중생을 해야 할 것 같다. 전도도 그 내용을 먼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비구들아, 자, 전도를 떠나라.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세상을 불쌍히 여기고, 인천(人天)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위하여. 그리고 두 사람이 한 길을 가지 말라."(상응부경전) 

 

붓다의 가르침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한다.

인간 관계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는 에고이즘(egoism-자아 중심)이다.

그런데 붓다는 상대방의 에고(자아)를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상대방의 소질과 안고 있는 문제, 장소와 때에 따라 적절하게 풀어서 가르침을 베푼다.

이러한 행위에서 비폭력, 불살생(아힘사)의 덕목과 자비의 덕목이 생겨 나는 것이다.
"사람의 생각은 어디로나 갈 수 있다./ 그러나 어디로 가든 / 자기보다 더 소중한 것은 찾아볼 수 없다. / 그와 같이 다른 사람에게도 / 자기는 더 없이 소중하다. / 그러기에 자기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 다른 사람을 해쳐서는 안 된다."(상응부경전 3:8 말리) 

 

붓다의 가르침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처방처럼 대단히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다.

"사람은 스스로 헤아려서 / 양을 알아 음식을 들어야 하리. / 그러면 괴로움도 훨씬 줄고 / 더디 늙어 수명도 보존하리라."

과식으로 건강을 해친 왕에게 붓다가 내려 준 게이다.

왕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시종에게 게를 외게 하여 삼가함으로써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불교적 진리는 선문답처럼 오묘한 면도 있겠지만 이렇게 소박한 면도 있지 않을까?

 

불교의 궁극적인 덕목은 자비이다.

자경(慈經)의 내용을 다시 한번 되뇌어 본다.

 

가르침의 도리를 잘 이해한 사람이

자유의 경지에 이른 다음에 할 일은 이것이니

유능 솔직하고 그리고 단정할 것

좋은 말을 하고 유화하고 거만하지 않을 것.

 

족한 것을 알고 욕심을 부리지 말 것

잡스러운 일에 매이지 않고 간소하게 살아갈 것

오근이 청정하여 총명 겸허할 것

시주하는 사람의 집에 가서 탐심을 내지 말 것.

 

더러운 짓을 하여 식자의 비난을 사지 말라.

오직 이런 자비심을 닦을지니

일체의 생명, 모든 사람에게

행복과 평화와 은혜 있으라고,

 

비록 어떤 사람이거나

두려움에 떠는 범부거나, 깨달아서 두려움 없는 성자거나

키 큰 사람이거나, 그 몸이 비대한 사람이거나

중간쯤 되는 사람이거나, 작은 사람이거나, 말하기에도 부족한 사람이거나

 

눈에 보이는 사람이거나, 보이지 않는 사람이거나

멀리 있는 사람이거나, 가까이 있는 사람이거나

이미 태어난 사람이거나, 앞으로 태어날 사람이거나

일체의 생명 모든 사람에게 행복 있으라고.

 

서로 남을 속이지 말며

어디의 누구에게라도 경멸하는 생각을 지니지 말라.

분하다든지 또는 미웁다 하여

이 고통에 빠질 것을 원하지 말라.

 

마치 어머니가 그 외아들을

자기 목숨을 걸어 지켜 가는 것처럼

일체의 생명 또는 사람에게

끝없는 자비심을 베풀라.

 

참으로 일체의 세간 위에

끝없는 존재 위에 그 마음을 베풀라.

높은 데 깊은 데 또 사방에 걸쳐

원한 없는 적의 없는 그 생각을 쏟아라.

 

설 때나 길을 갈 때나 앉을 때나 누울 때나

깊은 잠에 빠져 있지 않는 한

힘을 다해 이 생각을 지니라.

이에 '성스러운 경지'라 함은 이것이니라.

-소부경전 경집 1:8 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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