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증권거래업자였다.
40대의 나이에 중산층의 안정된 생활을 뿌리치고 홀로 화가의 길로 나선다.
파리, 마르세이유에서의 생활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지만 묵묵히 받아들이며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그림에만 몰두한다.
마지막으로 찾은 남태평양의 섬 타히티에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지만 문둥병에 걸리고 만다.
그 병마저도 묵묵히 받아들이며 마지막으로 벽화를 완성하고 원주민 아내 아타에게 모든 것을 불사르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음의 세계로 떠난다.
보통사람들에게는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주인공의 행위는 인간에게 주어진 원초적 생명력 또는 아름다움을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것은 ‘달’로 상징된다. 그러한 노력의 장애 요소들은 6펜스로 상징되는 문명세계의 상식들이다. 6펜스는 영국에서 가장 낮은 단위로 유통되었던 은화라고 한다. 그러니까 6펜스는 주인공을 억압하는 하찮은 세속적 규범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내인 에이미, 두 번째 여자인 블란치 스트로브, 서술자인 '나'의 의(醫)학교 동기 알렉 카마이클 등이 6펜스를 대표한다.
주인공은 문명세계의 구속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생명 혹은 아름다움의 본원적인 모습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 끝이 자연의 세계로서의 '타히티'이며 거기서 문둥병과 눈이 먼 상태에서 그 모습을 완성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린다. 결과를 중시하는 문명인들과는 달리 과정을 중시하는 그의 일면을 볼 수 있다.
그의 원주민 아내에게서 태어난 아들은 바다의 사나이가 된다. 다시 중산층 가정을 이루고 있는 첫 번째 아내 에이미의 가족의 삶과 대조를 이룬다. 에이미는 우아한 행동으로 주인공의 죽음을 왜곡시킨다. 결국 이 작품은 거짓된 문명 세계의 논리를 좀더 근원적인 논리로 비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예술가의 영혼은 한 없이 자유롭기만 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주인공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지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죽음으로 내몰기까지 했다.
훌륭한 예술로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을까?
주인공의 삶에서 고갱의 체취가 짙게 풍겨 나왔다. 그렇다면 더크 스트로브는 고흐란 말인가?
주인공의 행적을 쫓아가는 추리 기법(조각 그림 맞추기식)으로 내용을 전개해 읽기가 편했고 이외의 사건들로 읽는 즐거움과 긴장감도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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