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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욕선인

불교/일반

by 빛살 2013. 7. 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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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죽림정사(竹林精舍)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처음으로 도()를 얻으시어 교진여(憍陳如) 등 다섯 비구를 제도하시고 다음에는 가섭(迦葉) 삼형제를 위시한 천 명의 범지(梵志)를 제도하셨다. 이처럼 제도하시는 범위는 점점 넓어져 그 은혜를 입는 이가 많았다. 그래서 왕사성 사람들은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찬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한 일로서 중생들은 모두 고통에서 벗어난다."

또 교진여와 가섭을 중심으로 한 대중들을 칭송하여,

"저 대덕 비구들은 전생에 여래와 어떤 인연이 있었기에 '진리의 북[法鼓]'이 처음 울리자 누구보다도 먼저 듣게 되었으며 단 이슬 같은 진리의 맛을 먼저 보았는가"라고 하였다.

그때 비구들은 여러 사람들의 이런 칭송을 듣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그 사실을 자세히 사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과거에 저 대중들과 함께 큰 서원(誓願)을 세웠다. 내가 도를 이루면 저들을 먼저 제도하리라고 하였느니라."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다시 부처님께 사뢰었다.

"오랜 과거에 함께 서원을 세우신 그 정황이 어떠하였나이까.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사 해설해 주심을 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오랜 과거 한량없고 가없으며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阿僧祇劫) 전에 이 염부제(閻浮提)에 큰 나라가 있어 이름을 바라나(波羅奈)라 하였고, 당시에 국왕은 이름을 가리(迦梨)라 하였다. 그 때에 그 나라에 큰 선인(仙人)이 있어 이름을 찬제파리(羼提波梨)라 하였는데, 그는 오백 제자들과 함께 숲속에 살면서 인욕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국왕은 신하들과 부인과 궁녀들을 데리고 그 숲에 들어가 놀았다. 그러다 왕은 피로해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다. 궁녀들은 왕의 곁을 떠나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꽃이 가득한 숲을 즐겼다. 그러다가 찬제파리 선인이 단정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저절로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 온갖 꽃을 따다 그 위에 뿌리고 이내 그 앞에 앉아 그의 설법을 듣게 되었다. 왕은 잠에서 깨어 사방을 돌아보았으나 궁녀들이 보이지 않았다. 네 명의 신하와 함께 찾아보았다. 그러다 그녀들이 선인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곧 선인에게 물었다.

"너는 네 가지 공의 선정(四空定)을 얻었는가?"

선인이 대답하였다.

"얻지 못하였습니다."

"네 가지 무량심(四無量心)을 얻었는가?"

"얻지 못하였습니다."

"네 가지 선정(四禪定)은 얻었는가?"

"얻지 못하였습니다."

왕은 화를 내어 말하였다.

"너는 그런 공덕을 모두 얻지 못하였으니 한낱 범부일 뿐이다. 그러면서 혼자 여인들과 은밀한 곳에 있으니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왕은 다시 물었다.

"너는 항상 여기 있으니 어떤 사람인가? 또 무엇을 수행하는가?"

선인은 대답했다.

"수행자로서 인욕(忍辱)을 닦고 있습니다."

왕은 곧 칼을 빼어들더니 말하였다.

"욕됨을 참는다 했으니, 너를 시험해 능히 참는가를 알아보아야겠다.“

하고, 곧 그의 두 팔과 두 다리를 차례로 자르고, 이어 귀와 코까지 베며 물었다.

"이래도 욕됨을 참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얼굴빛도 변하지 않았다. 그 때 천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선인의 오백 제자는 허공으로 날아올라 스승에게 물었다.

"그런 고통을 당하고도 인욕하는 마음을 잃지 않습니까?"

스승은 대답하였다.

"내 마음은 변함이 없느니라."

왕은 깜짝 놀라면서 다시 물었다.

"너는 욕을 참는다고 말하지마는 무엇으로 증명하겠는가?"

선인은 대답하였다.

"만일 내가 욕을 참음이 진실이요 거짓이 아니라면, 피는 젖이 되고 몸은 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피는 곧 젖이 되고 몸은 전처럼 회복되었다.

왕은 그 인욕의 증명을 보고 매우 두려워하며 말하였다.

", 내 잘못으로 위대한 선인을 비방하고 욕보였습니다. 원컨대 가엾이 여겨 내 참회를 받아 주소서."

선인은 말하였다.

"왕은 여자로 말미암아 칼로 내 몸을 해쳤지만 내 참음은 땅과 같습니다. 나는 뒤에 부처가 되면 먼저 지혜의 칼로 당신의 세 가지 독을 끊을 것입니다."

그 때 산중에 있던 여러 용과 신들은 가리왕이 인욕선인(忍辱仙人) 해친 것을 보고 모두 걱정하여 큰 구름과 안개를 일으키고 뇌성벽력을 치면서 왕과 그 권속들을 해치려 하였다. 그러자 선인은 하늘을 우러러 말하였다.

"만일 나를 위하여 그런다면 저 왕을 해치지 말라."

가리왕은 참회하였고, 그런 뒤에는 늘 선인을 궁중으로 청하여 공양하였다.

그때 수천 명의 범지들은 왕이 찬제파리를 공경히 대우하는 것을 보고 매우 시기하여 그가 앉을 곳에 티끌과 흙과 더러운 물건들을 뿌렸다. 선인은 그런 모습을 보고 곧 서원을 세웠다.

"나는 지금의 이 인욕을 계속하여 중생들을 위해 쉬지 않고 수행하면 장차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다. 불도를 성취하면 먼저 법의 물[法水]로써 너희들의 티끌과 때를 씻어내고 탐욕의 더러움을 없애어 영원히 청정하게 하리라."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찬제파리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가. 그가 바로 나요, 가리왕과 네 명의 신하는 지금의 교진여 등 다섯 비구이며 내게 티끌을 끼얹던 천명의 범지는 울비라(鬱卑羅=優樓頻羅迦葉) 등 천명의 비구이니라. 나는 그때 인욕행을 하면서 저들을 먼저 제도하리라고 서원을 세웠다. 그러므로 내가 도를 이루자 그들이 먼저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니라."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일찍이 없는 일이라 하고 찬탄하면서 기뻐하고 받들어 행하였다.

- 현우경(賢愚經), 찬제파리품(羼提波梨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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