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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자소암(婆子燒庵)-고목선(枯木禪)

불교/일반

by 빛살 2015. 9. 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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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자소암(婆子燒庵)-고목선(枯木禪)

어느 청신녀(淸信女)인 한 노파가 조그만 암자(庵子)를 하나 지어 그 토굴 속에 젊은 선객(禪客)을 모셨다. 노파(老婆)는 20년을 한결같이 의복, 음식 등 온갖 생활용품을 공급해 그 선객이 공부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했다. 20년이 흘러 그 선객이 어느 정도 공부가 이루어졌으리라 생각되었을 무렵, 노파는 선객의 수행 정도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노파에게는 묘령의 딸이 하나 있었다. 이 딸은 절세의 미인으로 매일같이 그 토굴에 음식을 날라다 주곤 했다. 하루는 노파가 딸에게 말했다.

"얘야, 오늘은 공양구(供養具)를 가지고 가서 스님을 한번 껴안아 보거라."

이에 딸은 어머니의 명령대로 아침 공양을 들고 암자에 올라가 스님에게 드린 다음, 아침 공양을 마치자 그 스님을 껴안았다. 그러나 스님은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그러자 여인은 다시 스님의 품속에 스스로 안기면서 갖은 어리광을 부리며 물어 말했다.

"스님, 이럴 때의 기분이 어떠하세요?"

선객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굳이 말로 표현해야 하는가. 내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여인은 다시 어리광을 부리면서 말했다.

"그래도 스님의 표현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스님에게 안기니 무한히 기쁘고 즐겁습니다만 스님은 어떠신지요?"

선객이 답했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고목나무가 엄동설한에 차디찬 바위를 기대고 선 것이요, 불씨가 꺼진 재처럼 따스한 기운이 전혀 없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어머니의 명령으로 젊은 선객을 유혹하던 젊은 딸은 마지막으로 물어 말했다.

"소녀는 오래 전부터 스님을 사모하였나이다. 저를 한 번만 안아 주시겠습니까? 제가 드리는 정을 받아주실 수 없겠습니까?"

그러자 선객은 일언지하에,

"나는 수도를 하는 도승(道僧)이오. 내게 있어 여인은 사마외도(邪魔外道)요. 썩 물러가시오."

 

젊은 딸은 하는 수 없이 공양구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스님과의 얘기를 낱낱이 어머니에게 고했다. 그러고 나서 스님을 칭찬하여 말했다.

"어머니, 스님의 공부가 성도에 이르셨나 봐요. 저와 같은 처녀가 미태를 부려도 고목나무가 찬 바위에 기대고 선 것 같다 하시고, 불 꺼진 재처럼 따스한 기운이 전혀 없다고 하시는 것을 보면요."

그러나 딸의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노하여 소리쳐 말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보고 20년이나 맹추 같은 날속한(俗漢)을 공양했구나. 흑산귀굴(黑山鬼窟) 속에 앉은 사마를 더 받들다가 나도 그놈과 함께 동타지옥(同墮地獄)하겠구나."

노파는 곧 암자로 달려가 그 선객을 내쫓고 암자를 불질러 버렸다.

 

이 이야기는 ‘지월록(指月錄)’에 실려 있는 ‘파자소암(婆子燒庵)'이라는 ’선화(禪話)'로 ‘고목선(枯木禪)’이란 화두로까지 발전되었다. 문자 그대로 ‘고목’이라 함은 ‘마른 나무’를 뜻함인데 선은 선이되 따뜻하거나 살아 있는 선이 아니라 마른 나무처럼 메마르고 죽어 있는 선을 가리켜서 고목선이라 이름하고 있는 것이다

노파는 왜 선객을 날속한(俗漢)이라 비난하면서 암자를 태워버린 것일까?

선객은 20년 동안 계율을 지키는 수행에는 철저했지만 한 점의 자비심도 익히지 못했던 것이다. 자리(自利)만 추구하고 이타(利他)는 몰랐던 것이다. 여인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지 못하고 마귀와 같은 존재로 생각했던 것이다. 선객은 비록 도를 이루었지만 그 도가 메마른 고목처럼 인정 없고, 낱낱이 규율이나 따지고 율법이나 헤아리는 죽어 있는 도임을 깨닫고 암자를 태워버린 것이었다.

 

원효성사(元曉聖師)와 요석공주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誰許沒柯斧(수허몰가부) 我斫支天柱(아작지천주)

이 노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김선우의 ‘발원’을 읽고나서 부쩍 원효가 그리워진다. 

파자소암-고목선.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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