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삼랑진 철교 곁에서

마음닦기/시

by 빛살 2019. 7. 22. 12:06

본문

삼랑진 철교 곁에서 / 허 만 하



  노을빛 능소화 꽃 두 송이 찻집 간판 밑에 떨어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빠르기 때문에 보이는 흐름은 유난히 조용했다. 철교를 조준하여 쏟아져 내린 햇살은 일부 수면에서 부서지고 있었다. 수면에서 튀어 오른 빛의 분말은 이미지였을까. 기억이었을까. 철교를 먼저 건넌 기관차는 맨 끝 차량이 철교를 건넌 것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무게가 없는 보릿짚 빛깔 반짝임은 물 위에 뜬 채 강 건너 생림쪽 풍경처럼 가늘게 떨고 있었다. 광년의 여행 끝에 의젓한 물길 위에 몸을 던지는 햇살의 최후는 신선하고도 침착했다.


 사람은 풍경을 공유할 수 있지만 심연은 나누어 가질 수 없다.

- 시집 <언어 이전의 별빛>(솔)에서

'마음닦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수가 라면에게   (0) 2019.08.08
짜장 요일   (0) 2019.08.08
흐린 날 미사일   (0) 2019.07.06
바늘귀-김영재  (0) 2019.06.04
목련-이재무  (0) 2019.06.0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