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미사일 / 김영승
나는 이제
느릿느릿 걷고 힘이 세다
비 온 뒤
부드러운 폐곡선 보도블럭에 떨어진 등꽃이
나를 올려다보게 한다 나는
등나무 페르골라 아래
벤치에 앉아 있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등꽃이 上下로
발을 쳤고
그 揮帳에 가리워
나는
비로소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미사일 날아갔던 봉재산엔
보리밭은 없어졌고
애기똥풀 群落地를 지나
롤러스케이트장 공원
계단 밑 老人들 아지트는
멀리서 보면 慶會樓 같은데
내가 그 앞에 있다
명자꽃과 등꽃과
가로등 雙 수은등은
그 향기를
바닥에 깐다
등꽃은
바닥에서부터 지붕까지
垂直으로 이어져
꼿꼿한 것이다
虛空의 등나무 덩굴이
반달을 휘감는다
急한 일?
그런 게 어딨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