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는 말도 예쁘게 해 / 유희윤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할머니를 닮아 아빠가 좋아하는,
아빠를 닮아 내가 좋아하는
음식, 잡채가 되려고
양파 당근 시금치 표고버섯 석이버섯 소고기
칫칫칫 뜨거운 후라이팬에 들어갔다 나왔어.
철사처럼 질기고 뻣뻣한 당면
펄펄 끓는 물에 들어갔다 나왔어.
야들야들
따끈따끈
오색이 어우러져
잡채가 되어
하얀 접시에 상큼 올라앉아,
맛있다.
맛있어.
맛있어요.
인사는 엄마에게 하라, 하네.
맛있는 잡채는
말도 예쁘게 해.
-<어린이와 문학> 2017년 4월호, 동시마중 올해의 동시 2017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