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흥수 2016년 대전문학 시부문 등단
봄비 저물도록 못자리판 적시면
마음 더 바빠 서두는 발길
아버지는 보릿고개 넘기 힘겨워
이제나 저제나 비안개 속
기다리다 살풋 감긴 어린 눈망울
아랑곳 않는 동구박 길에
어둠이 성큼 다가서고
비바람 불어 속살 다 젖으면
작은 손 한껏 펴 비 새는 하늘 가리며
주린 배 부른 듯 정겨운 어깨동무로
두렁길 돌서덜에 옹기종기 반기던
어느 조그만 옛모습들 !
조팝나무 새하얀 꽃떨기.
"조팝나무가 꽃을 피우면 못자리를 내고, 아카시꽃이 필 때면 모내기를 한다."
못자리를 하기 전에 항아리에 물을 붓고 볍씨를 불린다.
그때 아버지는 조팝나무를 꺽어다가 항아리에 꽂았다.
조팝나무꽃처럼 벼이삭도 풍성하게 열리라는 바람에서 그런 것 같다.
항아리 곁에 있으면 물 냄새인지 꽃 냄새인지 아니면 두 개가 섞인 냄새인지 구분할 수 없는 냄새가 났었다.
오늘 가만히 맡아 보니 꽃냄새다.
약간은 무거운 냄새, 이 냄새를 맡을 때마다 마음은 고향으로 달려간다.
삽을 들고 있거나, 소를 몰고 계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모내기가 끝날 때쯤은 진한 밤꽃 향기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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