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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 오세영

마음닦기/시

by 빛살 2021. 2. 1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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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4.

2월 /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시집,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시와시학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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