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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의 일곱 개의 달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5. 7. 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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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의 일곱 개의 달/셰한 카루나틸라카, 유소영/인플루엔셜/2023.9.27.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배경이 낯설어 처음에는 작품 속으로 빠져들기가 쉽지 않았다. 하기만 제목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의 뜻을 알게 되면서 전체의 구조가 떠오르고, 그것을 따라가면 어렵지 않게  읽힌다. 사진작가인 말리(말리 알메이다)가 살해당한 후 자신을 죽인 자를 찾아 7일(일곱 개의 달) 동안 중간계를 떠돈다는 이야기다.

어두운 터널과 그 끝에 빛이 보이는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 NDE) 이야기, 웹툰 '신과 함께'(주호민)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사후 심판이 이루어지는 49일(시왕과 십대지옥, 49재), '티벳 사자의 서'에 나오는 '바르도'(중음)의 모티프가 작품 내용과 뒤섞인다. 사후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신곡'의 이미지도 떠오르지만 여기서는 선택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일반적인 임사체험과 유사하다.

'착한 인도', 불교 사원에 힌두신도 모시는 조용하고 포용할 줄 아는 나라로 알고 있었는데 스리랑카(빛나는 섬)는 다양한 인종, 비극적 건국신화, 오랜 식민지배, 긴 내전 등 우리보다 더 복잡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국가였다.
인구의 75%를 차지하는 불교를 믿는 아리아 계통의 싱할라족, 힌두교를 믿는 15%의 드라비다 계통의 타밀족(언어적으로 한국어와 유사- 암마와 아빠, 엄마와 아버지, 김수로왕과 허황후), 그외 버거(스리랑카인과 백인 혼혈), 무슬림 등 소수민족과 종교.
이 작품은 싱할라족과 타밀족의 25년 긴 내전 중 1983년 타밀족 학살사건인 검은 7월부터 1990년까지(주인공의 모델인 리처드 드 소이사의 죽음)를 다룬다.
16C 포르투갈의 지배를 시작으로, 17C 네덜란드, 18C 후반 영국의 지배를 거쳐 1948년에 독립을 얻기 전까지 영국령 실론으로 불렸다. 

또 하나 중요한 구조는 수미상관과 후기(빛)의 구조다.
"너는 모든 사람이 묻는 질문에 대한 답과 함께 깨어난다. 그 답은 '그렇다', 그리고 '여기와 비슷하지만 더 심하다'이다. 네가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은 영원히 그것이 전부다. 그러니 다시 잠드는 것이 차라리 낫다." 첫장인 '첫 번째 달'은 '답'이라는 소제목으로 위와 같이 시작한다. '일곱 번째의 달'도 위의 글과 거의 같게 끝난다. 그 답의 내용을 이해하면 된다.

2인칭 <너>를 주인공으로 해서 현장감을 더하는 것도 특이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뒤섞인 현실계도 그렇게 불가능한 것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인간의 인식 능력의 한계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준 차원의 문제가 떠올랐다.
 
정말 두려운 것은 악이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힘을 지닌 존재. 그것이야말로 치가 떨리는 존재다.(44)
가장 좋은 사진은 찍지 않은 사진(103)
첫째, 자신의 유골에 대해 묵상한다. 이건 마친 것 같군. 그런 뒤 귀(카르마의 지문) 검사를 받는다. 이어 탄생의 물에 몸을 담근다. 달이 일곱 번 지나기 전에 모두 마쳐야 해.(138)
-중간계는 절망과 과거에 대한 집착이 넘치고 약카와 쁘레따, 식시귀나 그의 노예가 된다. 인구 과잉.

"대부분의 콜롬보 사회주의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아. 그저 부자를 미워하지."(171)

<마하암사>에 신빙성이 있다면, 싱할라족은 납치와 강간, 존속 살인, 근친상간으로 탄생했다. 이것은 동화가 아니다. 이 섬에서 가장 오래된 연대기, 싱할라족과 불교도, 남성, 부자가 아닌 모든 자를 억압하는 법률을 제정할 때 사용된 연대기가 전하는 우리의 탄생 이야기이다.
옛날 옛적 인도 북부에서 한 공주가 사자를 만났다. 사자는 공주를 납치해서 강간한다. 공주는 딸과 아들을 낳았다. 아들은 자라서 사자 즉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되어 여동생과 결혼한다. 여동생은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은 말썽쟁이가 되어 700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나라를 떠나 실론 섬의 해안에 도착한다.
순서는 확실치 않지만, 위자야 왕자와 그 폭력배 부하들이 원주민이던 나가족을 살육하고 그들의 여왕을 유혹하면서 우리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건국 설화가 사실이라면, 지금 우리가 처한 이 혼란도 놀랄 일은 아니다. 냉정한 왕자에게 배신당한 나가족의 쿠웨니 여왕은 이 땅에 저주를 내리고 자식들을 숲속에 내버린 채 자결한다. 저주는 수천 년 동안 면면히 이어졌고, 1990년에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205)
-스리랑카국기(사자기):녹새-드라비다인(타밀), 오렌지색-이슬람교도. 사자-싱할라족, 칼-주권, 보리수 잎-불교
-타밀 엘람 해방 호랑이- 총검을 든 호랑이 <-> 한국 신화, 평화지향적

"네 머릿속의 목소리가 말하는 대로 가라." 그녀는 말한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항상 자기 자신은 아니야."(211)
"법전은 남자가 쓰지 않습니까. 우리가 아닌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 건 아무도 신경 안 쓰잖아요."(247)
"공산주의자를 가장 많이 죽인 건 공산주의자야. 스탈린이나 마오, 폴 포트보다 더 유능한 살인자는 오로지 신뿐이야."(284)
모든 사람이 우주에게 묻고 싶어 하는 질문을 너도 하고 싶다.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왜 죽을까, 왜 이런 모든 것들이 존재해야 할까. 우주의 대답은 이게 전부다. 나도 몰라, 멍청아. 그만 물어봐. 사후세계는 생전만큼 혼란스럽고, 중간계는 저 아래 못지않게 제멋대로다.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를 꾸며낸다. 어둠이 두려워서.(285)

재키가 싱할라족은 왜 그렇게 위협을 느끼는지 묻자, 스탠리는 미국 백인이 한때 노예로 삼았던 흑인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했다.(334)
그는 인생의 주사위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갈지 결정하는 것은 종족과 출신학교, 가족이라는 결론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334)
"저는 어떤 백만장자도 못 버는 걸 법니다."
스탠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게 뭐지?"
"충분할 만큼 번다는 뜻이지요. 부자는 못하는 일이거든요."(335)

"카르마라는 게 뭐가 문제인지 아세요?"
"카르마는 모든 것이 올바른 제자리에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인과응보를 기다리면 된다는 거죠. '인샬라(신의 뜻대로)라고 하는 거나 다름없는 무의미한 소립니다."
"이런 무심함은 결국 특권층에게만 이득이 돼요. 저기 저 불구를 보라. 굵주리고 있다. 그는 전생에 다른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려서 뿌린 대로 거둔 거다. 저기 저 농부들은 전생에 낭비가 심했기 때문에 지금 굶주리고 있다. 저 공장주는 전생에 너그러움의 화신이었다. 그러니 저 많은 집을 가질 자격이 있다. 내가 그의 포르쉐를 닦아주면, 그의 와람이 내게 건너올지도 모른다."
"불교는 가난한 자들에게 지금 있는 곳이 원래 자기 자리라고 믿게끔 강요합니다. 기존의 질서를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이런 결과론적인 논리 때문에 가난한 자들은 계속해서 병드는 겁니다."
"모든 종교는 가난한 자들을 순하게 길들이고, 부자들을 궁전에 모십니다. 미국 노예조차 사적 처형을 눈감은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신이나 카르마를 믿는다고 착해지나요? "
"동의해, 파띠라나 동무. 어떤 신 앞에 무릎을 꿇든 우리 모두가 야만인이야."
"그게 내 요점입니다. 우주에는 자기 수정적인 메커니즘이 있어요. 하지만 그건 신이나 시바, 카르마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는 덜컹거리는 트럭 위로 휙 내려왔다.
"그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345-6)
- 종교는 기득권을 유지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한다. 유대교, 한나라 때 유교(동중서), 호국불교 등등. 그리하여 대립과 갈등을 일으킨다. 그나마 불교가 평화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불교국가인 캄보디아 폴 포트 정권의 킬링필드,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웅산 수찌(치)의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 수천 명 학살과 파키스탄으로 간 난민 70만에 대한 침묵 등 분리와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쩌면 생명존중을 핵심사상으로 하는 동학이 보편적 종교가 되지 못한 이유가 생명보다 나라를 중시한 호국불교 전통 때문이 아닐까?

"네가 생각하고 행하고 느끼고 본 그 모든 것이 바로 너다."(498)
네가 그랬듯 어느 쓸데없는 명분에 평생을 바치는 그를 상상했고, 그 상상은 너를 행복하게 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을 바칠 쓸데없는 명분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 조차 없다면 왜 굳이 숨을 쉬는가?
돌아보면, 일단 자기 자신의 얼굴을 보고 눈의 색깔을 알아보고 공기를 맛보고 흙의 냄새를 맡고 가장 청정한 지하수와 가장 더러운 우물물을 마셔본 다음에, 우리가 삶에 대해 할 수 있는 가장 친절한 말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삶은 결코 아무것도 아니지 않다.(507)
-중생은 업으로 살고, 보살은 원으로 산다.

중간계는 심판이 아닌 선택이 앞날을 결정한다. 정답은 없다. 너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너는 다섯 개의 잔 중 마시면 너를 가장 어울리는 곳으로 보내준다는 콜라 켄다를 선택한다. 다시 중간계로 돌아와 흰 옷을 입고 죽은 자들의 도우미가 되어 수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이 아름다운 청년이 자기 모습 그대로 사는 걸 돕기 위해 네가 이 세상에 존재했던 거라면, 그것도 전적인 낭비는 아니었으리라.(521)
-끝까지 딜런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아직 동성애(호모-게이)가 낯설게 느껴지지만 경계를 허문다는 점에서 받아들이자.

이제 다섯 개 봉투 중 하나에 들어 있던 사진들만이 벽에 남아 있다. 석양과 해돋이 풍경, 차를 재배하는 언덕과 수정 같은 해안, 천산갑과 앵무새, 새끼와 같이 있는 코끼리, 딸기밭을 뛰어가는 아름다운 청년과 멋진 여자. '10점 만점'이라고 적혀 있던 봉투, 네 사진으로 인해 이렇게 기뻤던 적이 없었을 정도로 기쁘다.(529)
-있는 그대로의 삶

동물도 영혼이 있고 개와 표범과의 대화도 나온다. 동물권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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