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니엘 슈라이버는 동성애자로 홀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중에서도 다른 존재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추구한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맞아 직접적인 소통이 막히면서 <홀로> 사는 것을 돌아보며 외로움에 대해 살펴본다. 이 책은 그에 대한 기록이다. 차분히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내용을 풀어나지만 너무 많이 인용되는 이름들 때문에 가끔씩 읽기를 멈출 때가 있었다. <우정의 대화> 부분이 좋았다.
자신의 내면을 확고히 하고 혼돈을 기본값으로 받아들면서 끊임없는 질문으로 새로운 경지를 만들어 나가야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라고 생각한다. 도나 해러웨이의 '트러블과 함께하기'에 나오는 '실뜨기'가 떠올랐다.
'도덕적 상처'는 종군기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대한 연구에서 유래된 개념으로, 심리적 상처로 인해 현실이해에 장애가 생긴 것. 주로 심각한 사건을 함께 겪어야 했으나 본인은 개입할 수 없는 경우에 발생한다. 예) 케빈 카터 '독수리와 소녀'(19)
리오타르에게 거대 서사의 종언은 '자율적 주체'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자율적 주체란 자신이 확고하게 믿고 있으면서도 모든 이들과 공유하는 진리를 토대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말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런데 이제 자율적 주체 대신 자기 자신에 의지해 수많은 '작은 서사' 안에서 각자의 길을 찾아야 하는 개인들이 생겨난 것이다.(22)- 뭔가를 찾고 있는 자아. 살아남은 마지막 거대 서사-낭만적 사랑
그는 인간이 시대의 혼란으로부터 도피처를 찾기 위해 정원을 만든다고 했다.(32)
정원 가꾸기) 함께, 우정을 나누는 현장.
*잔인한 낙관주의: 현재 처한 상황이 아무리 암울할지라도 물질적 성공을 거두고자, 사회적으로 인정받고자, 안정적인 일상을 살고자 부단히 노력한다면 결국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 신자유주의 시대를 특징짓는 지배적 감정.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가 어려워질수록 점점 더 그것은 좋은 것이 되고 좋은 삶에 대한 애착은 그것에 다다르기 어려운 정도에 비례하여 환상으로 발전된다. -로렌 벌랜트(44)
하이킹)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의 외로움 이후' 오로지 산책을 통해서만 '자아'를 내팽개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안다. 그녀한테는 자아발견이 중요하지 않았다. 몸이 안 좋을 때 하는 산책은 자아를 발견하기 위한 산책이 아니다. 적어도 일단은 그렇다. 처음에 그것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고 싶어서 하는 산책이다.(49)
한 걸음씩 앞으로 발을 내딛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우리의 사고가 새 궤도를 찾는 것 같다. 육체와 장신과 세계가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만나 새로운 대화를 시작한다. 걷기와 경치와 호흡이 어우러져 아주 독특한 사고의 리듬이 생겨나는 것이다.(50)
우정의 대화
서양 정신사는 상류층 이성애자 백인 남성들 간의 우정이 아닌 것을 전부 무시하고 폄하하고 조롱했다. 모든 증거에 반하는 폭력적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그건 아마도 이런 우정이 가부장적 지배구조에 위협이 될 거라는 인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또한 동질성에 근거하지 않고 삶의 다양성을 찬미하는 우정관이 어떤 폭발력을 가졌는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71)- 남근중심주의. 사포-레즈비언,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구재희와 장흥수
자신과 세계에 관한 시각의 한계를 깨뜨리지 못한 채 걷게 되는 모든 잘못된 길의 역사, 다른 사람들한테서 단지 본인이 이미 알고 있는 것만을 찾으려 할 때 생기는 꽉 막힌 음속장벽의 역사에 입문하였다.(71)- 나르시시즘과 도플갱어 ↔ 우정은 유기체, 함께하기
레싱은 <현자 나탄>에서 그 유명한 반지 우화를 빌려 세계의 3대 종교를 제시했고, 어느 종교도 진리의 독점권을 요구할 수 없다고 했다. 아렌트는 나탄의 지혜와 인류애, 그리고 세계에 대한 개방성은 그가 무엇보다 우정을 진리보다 우위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렌트가 본 레싱은, 설령 진리가 실제로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류, 우정, 사람들 사이의 대화 가능성'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진리를 희생시킬 거라고 했다. 레싱은 유일한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통찰에서 더 나아가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래야만 "사람들의 대화가 끊기지 않고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렌트가 체험한 우정 철학의 핵심적 요체는 타인과의 차이에 대한 인정이었다. 아렌트의 경우 사람들과의 일치가 아니라 오히려 불일치가 실제 우정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75-6)
데리다에게 우정은 말 그대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지가 미치는 범위 밖에 있는 장소를 허락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종종 데리다의 우정에 관한 책에 있는 다음 문장을 떠올린다. "나는 너를 떠날 거야. 나는 그렇게 하고 싶어." 이 문장은 "모든 사랑의 言明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우면서 가장 불가피한 언명이다."(76-7)
->사르트르는 사랑이 자기애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고 싶어하며, 타인의 사랑을 통해 이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랑은 타자를 대상화하고 소유하려는 욕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사랑의 비극을 야기할 수 있다고 봤다. - 사랑의 비극은 소유욕에서 일어남
우정은 우리가 서로를 늘 새롭고 솔직하게 대하고 서로의 다른 측면들을 알게 될 때 비로소 생겨난다. 길비아 보펜셴이 말했듯이, 우정은 "개개의 대화를 통해 새롭게 '형성되고' 새롭게 어우러지고.... 새롭게 발견된다." 그것이 바로 우정의 불안정한 아름다움과 강력한 유대감이 원천이다.(78)
우정의 행복은 관심을 주었을 때 돌아오는 일종의 부산물이다. 또한 그것은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으로써, 자신의 시야를 넓히는 데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자주 겪는 문제와 공포들의 감옥에서 벗어난 후 비로소 얻을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상대와의 차이를 인식할 때, 즉 상대의 정서적 상태나 세상에 대한 다른 시각에 마음을 열 때 얻을 수 있다. 우정의 행복은 우리가 누군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었을 때 얻을 수 있다.(78)
서로가 다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그 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친구가 없이는 계속 발전해 진짜 사람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79)
근본적으로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80)- 45억년의 역사가 함께한다.
외로움은 타인한테서만 거리를 두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한테서도 거리를 두게 만든다. 다른 사람과 접촉할 때만 존재하는 자신의ㅣ 일면 말이다.(87)- 히라노 게이치로의 분인론
이 세상에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외로움, 사람들에게 인지되지 않는 외로움보다 더 큰 외로움은 없다. 그리고 그로 인한 침묵보다 더 큰 감각상실은 없다.(97)- 팬데믹, 관계의 소멸, 고독사-> 관계의 회복
외로움이 시야를 흐리게 한다.(99)
모호한 손실-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상실했는지 모르는 상태의 손실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인격을 상실해 가는 치매환자들에 대한 슬픔이나,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하는 실종자에 대한 애도가 있다.(113)
혼자사는 삶의 모호한 손실에서 제일 힘든 것은 바로 자신의 삶에서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모든 판타지와 당연하다 생각했던 많은 상상과의 결별이다.(119)
뜨개질) 외로움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127)-> 자수(허영자)
때로는 손실이 너무 모호하기 때문에 슬픔의 끝이 있을 수 없다. 나는 길을 잃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슬퍼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해명 시도들이 이미 끝났다는 것도 인정했다. 어쩌면 그게 나를 되찾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128)
과거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처럼, 일단 존재했던 것은 영구적으로 우리 역사에만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와 사물, 그리고 육체에도' 새겨진다.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역사가 우리의 사고방식과 지각 체계를 규정한다는 것이다.(144-5)
록산 게이는 거의 언제나,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백인의 가부장적 구조가 내리는 평가 우리가 스스로에게 내리는 평가보다 더 힘이 세다고 말했다.(145)
여행) - 파마라에서 보낸 나날들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은 자신에게 쉽게 굴복하는 것과 다르다. 그건 자기보존 행위이자 정치적 전투행위이다.- 적대적 세상으로부터, 셀프케어의 개념 (162) 오드리 로드
모든 정신적 작업은 육체에서 시작된다.(164)-요가와 호흡, 달리기
외로움의 핵심은 그로 인한 고통이 아니라 외로움을 다스리는 우리의 능력, 즉 '외로움의 처리 능력'이다. 마쿼드는 '혼자 할 수 있는 힘' '혼자인 것을 견딜 수 있는 능력' '외로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있을 때 비로소 정말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했다.(171)
우리 삶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통찰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171-2)
우정은 사회적 강요나 제도화된 의무가 아니라 자유를 바탕으로 한 관계이다. 친구는 나 자신의 소망과 기대, 혹은 요구에 따를 필요가 없다. 우리는 친구에게 아무것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 놀라운 자유야말로 친구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이다. 나는 자크 데리다가 우정의 사랑 선언이라고 했던 바로 그것을 무시했다. "나는 너를 떠날 거야. 나는 그렇게 하고 싶어."(175)
사람은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182)
우리는 문제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185)
나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과 답이 있을 수 없는 의문들을 품은 채 세상을 살아가는, 이보다 더 좋은 삶의 사례를 알지 못했다.(194)
여전히 내 손에는 미래에 대한 판타지 목록이 담긴 종이가 들려 있었다. 아름다운 판타지 부동산에서 누군가와 함께하는삶 말이다.(195)
-> 중생은 업으로 살고 보살은 원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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