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항-송수권
2007.09.13 by 빛살
모닥불-이가림
2007.09.12 by 빛살
거리-박남수
귀가-최두석
5학년 1반 - 김종삼
슬픔이 기쁨에게-정호승
2007.09.10 by 빛살
비가 오는 날 고모를 따라 고모부의 무덤에 갔다. 검은 배들이 꿈틀거리고 묵호항이 내려다보였다. 고모는 오징어를 따라 군산 여수 목포 앞바다를 다 놔두고 전라도에서 묵호항까지 고모부를 따라왔다. 나는 실로 이십 몇 년 만에 고모부를 찾았다. 고모부는 질펀한 동해에서 돌아와 무덤 속에 잠들..
마음닦기/시 2007. 9. 13. 23:02
모닥불-이가림 한 무더기 동백꽃인 양 변두리 눈밭에서 피어나는 것 숨어서 더욱 타오르는 것 강아지도, 구두닦이도, 자전거 수리공도, 몸 파는 아가씨도 서로 다투어 꽃송이를 꺾는가 둥그렇게 둥그렇게 어우러져 언 손들을 내뻗고 있구나 노을빛인 양 물든 인간의 고리
마음닦기/시 2007. 9. 12. 16:42
거리-박남수 람프불에 부우염한 대합실에는 젊은 여인과 늙은이의 그림자가 커다랗게 흔들렸다. - 네가 가문 내가 으드케 눈을 감으란 말인가. 경편열차(輕便列車)의 기적이 마을을 흔들 때, 여인은 차창(車窓)에 눈물은 글성글성하엿다. - 네가 가문 누굴 믿고 난 살란? 차가 굴러 나가도 ..
마음닦기/시 2007. 9. 12. 16:13
귀가-최두석 시흥 산동네 언덕길을 오르는 아낙의 등 뒤로 땅거미가 내린다. 아낙은 땀 맺힌 이마를 문지르며 길가 토마토나 수박을 올려놓은 리어카들을 슬쩍 둘러본다. 그녀가 청소부로 일하는 여의도 상가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때깔이 다르다. 길바닥에서 노는 아이들의 입성은 영판..
마음닦기/시 2007. 9. 12. 00:33
5학년 1반 - 김종삼 5학년 1반입니다. 저는 교외에서 살기 때문에 저의 학교도 교외에 있습니다. 오늘은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므로 오랜만에 즐거운 날입니다. 북치는 날입니다. 우리 학굔 높은 포플러 나무줄기로 반쯤 가리어져 있습니다. 아까부터 남의 밭에서 품팔이하는 제 어머니가 ..
마음닦기/시 2007. 9. 12. 00:18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凍死者)가 얼어 죽을 때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위에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 슬픔이 기쁨에게(1979)
마음닦기/시 2007. 9. 10. 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