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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경주동아오픈

취미활동/마라톤대회참가기

by 빛살 2007. 11. 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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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의 마지막 날,
신라 천 년의 고도 경주 황성 공원,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하는 나뭇잎들처럼 저마다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설레는 이야기들을 42.195km, 백오 리 길에 풀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늘도 은총을 내리는 듯
태양은 구름 속에 숨어 있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는 달리기에 최상이었다. 

 

출발선에 서면 언제나 새롭다.
약간의 설렘과 흥겨움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달리기를 시작한다.
출발을 하면 간편한 옷차림의 순례자가 된다.
우리를 꾸미고 있는 세상의 모든 가식적인 것들을 벗어 버리고 오로지 달리기에 몰두하면서
순수한 저마다의 세계로 빠져 든다.
모두가 각자의 세계에 흠뻑 빠져 있지만 모든 달림이들은 거대한 물결이 된다.
맨앞에서 한 발을 내딛으면 차례차례로 맨뒤까지 출렁거리면서 42.195km를 흘러 간다.
모두가 하나가 된다.

예상대로 바뀐 코스는 높낮이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조금은 싱거웠고 특히 30km 반환점 이후는 완만한 내리막길이 계속되어 속도를 내기 쉬울 것 같았지만 똑같은 근육만 사용해 달려야 하므로 자칫하면 쥐가 내릴 뻔 했다.
적당히 오르막과 내리막이 섞여 있는 길이 달리기에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다리의 근력을 높여야겠다.

3시간 26분에 결승점을 통과했다.
드디어 30분벽을 돌파했다.

 

칩을 반납하고 포마클 텐트에서 짐을 찾아 챙겨 들고 다시 결승점으로 나왔다.
몸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참가한 김태일 선생님과
첫 풀코스에 도전하는 윤동철, 심재준, 조태호 선생님을 맞아주는 게 도리일 것 같아
대회를 시작한 지 3시간 40분경부터 5시까지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속속 결승점을 통과하는 주자들을 살펴 보았다.
그런데 참으로 의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 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 오늘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정말 구경하는 재미를 4시간 이후의 주자들을 보면서 느꼈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힘들게 들어오면서도 어쩌면 저렇게 얼굴이 환하게 빛날 수 있을까?
얼굴에 허연 소금을 덕지덕지 묻힌 채 숨을 몰아 쉬고 있는 지아비를 황홀하게 바라보는 지어미의 눈길,
기다리던 어린 아들과 아내와 손을 맞잡고 결승점을 통과하는 가족, 그리고 동료들.
갖가지 모습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들을 보면서 그냥 즐거웠다.

서로의 키가 다르고 몸무게가 다르듯이 서로의 꿈과 소망도 각자 다르겠지.
그래서 달리는 사람 모두가 주인이고 승리자인 마라톤이 좋다.
구경하면서 느낀 것 하나 더,
끝이 있으니까 달리는 것이다.
고통을 참고 견디면 언젠가는 달콤한 휴식이 뒤따르기 때문에 달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은 항상 새로운 시작과 맞닿아 있다.

처음 풀코스에 도전한 세 분 선생님도,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김태일 선생님도 무사히 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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