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춥고 아내도 만류를 하고 해서 그냥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이나 실컷 잘까 생각도 했지만 학교 선생님들과 약속 때문에 집을 나섰다. 같이 운동하는 이점이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윤선생님은 아버님 생신이라 어제 경주로 갔고, 학교 정문 앞에서 오하수, 조현재 선생님을 태우고 7시 반경 대회장인 경주로 향했다.
황성공원에 도착하니 8시 정도밖에 안 됐다. 추위 때문에 준비 운동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차 안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30분쯤 운동장으로 갔다. 날씨 탓인지 참가자가 생각보다 적었다. 하지만 포마클 사람들은 제법 되었다. 무척 반가웠다.
드디어 출발!
추위 때문에 페이스고 뭐고 땀이나 내 보자고 처음부터 그냥 냅다 뛰었다. 그런데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려고 컵을 집어드니 글쎄, 물이 얼어 있다. 무척 당황스러웠다. 컵을 탁자에 세게 내려 치니 얼음이 깨져 물을 마실 수 있었지만 어석어석 얼음이 씹힌다. 두 번째 급수대에서는 컵 밑부분을 힘껏 눌러 쥐니 얼음이 깨져 나가 물을 마실 수 있었다. 간식으로 주는 바나나도 살짝 얼어서 한 입만 베어 물었지만 아주 시원했다.
초반 오버 페이스와 반환점이 많은 지루한 코스, 강풍 때문에 힘들게 뛰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뛰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운동장을 벗어나서 선두 주자들이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약 500m 정도를 짧게 뛰었다고 한다. 기록은 1:35: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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