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火車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으로 실어나르는 불수레.
제목이 섬뜩해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에 조금은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 줄 알았는데 읽어 나가다 보니 이외로 따뜻한 구석이 있었다. 주인공 혼마 슌스케, 그의 양자 사토루, 남자 가사도우미 이사카 · 히사에 부부, 세키네 쇼코의 동창생 다모쓰 등이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전반부는 세키네 쇼코의 정체를 밝히는 데, 후반부는 세키네 쇼코를 살해하고 그녀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신조 교코를 추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에다가 범인이 일찍 노출되어 박진감은 떨어지지만 대화를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장면 전개는 마치 만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덕분에 500쪽에 육박하는 분량의 책을 하루만에 독파할 수 있었다. 쉽게 읽히면서도 뭔가 여운을 주는 것이 일본 소설의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잘못보다는 타인의 과오로 삶의 극단까지 내몰렸던 신조 교코, 살인이라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지만 세키네 쇼코의 졸업앨범을 그녀의 동창생에게 보내 주며, 그녀가 묻히고 싶어했던 초등학교를 찾아가는 장면에서는 왠지 가슴 한켠이 시려왔다.
미조구치 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금융시장은 환상이다. 실체가 없는 환상에 의해 신조 교코는 화차를 타게 된다. 승차권을 사도록 도와준 사람은 그의 아버지와 세키네 쇼코이다. 물론 모두 다 피해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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