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의 유명한 철학자 노자의 스승은 상용(商容)이란 사람이었다. 스승은 늙고 병들어 이제 곧 숨을 거두려고 하였다. 노자는 마지막으로 스승에게 가르침을 청하였다.
"선생님!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가르쳐 주실 말씀이 없으신지요?"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고향을 지나갈 때에는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가거라. 알겠느냐?"
노자가 대답했다.
"네! 선생님. 어디에서 살더라도 고향을 잊지 말라는 말씀이시군요."
수레에서 내려서 걸어간다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데서 나온 예의 바른 행동이다. 그래서 노자는 스승의 엉뚱해 보이는 말을 듣고 이렇게 알아들었던 것이다.
스승이 다시 말했다.
"높은 나무 밑을 지날 때는 종종걸음으로 걸어가거라. 알겠느냐?"
노자가 바로 대답했다.
"네! 선생님. 어른을 공경하라는 말씀이시지요?"
높은 나무는 그 숲에서 가장 키가 크고 나이가 많은 나무이다. 종종걸음은 걸음의 폭을 짧게 해서 어른이나 임금님 앞을 지날 적에 걷는 걸음걸이이다. 높은 나무 밑을 지나갈 때 종종걸음으로 가라는 스승의 말을 듣고 노자는 윗사람을 공경하라는 말씀으로 금세 바꾸어서 알아들었다.
이번에는 스승이 입을 크게 벌렸다.
"내 입속을 보거라. 내 혀가 있느냐?"
"네, 있습니다. 선생님!"
"그러면 내 이가 있느냐?"
상용은 나이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이빨이 다 빠지고 없었다.
"하나도 없습니다. 선생님!"
스승은 곧바로 제자에게 말했다.
"알겠느냐?"
노자는 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알겠습니다. 이빨처럼 딱딱하고 강한 것은 먼저 없어지고, 혀처럼 약하고 부드러운 것은 오래 남는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러자 스승은 돌아누웠다.
"천하의 일을 다 말하였다. 더 이상 할 말이 없구나."
이빨은 딱딱하고 굳센 것인데 먼저 없어져 버렸다. 혀는 부드럽고 약한데 남아 있었다. 상용이 혀와 이빨을 차례로 보여 준 것은 부드럽게 남을 감싸고, 약한 듯이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오랬동안 복을 받고 잘 살 수가 있고, 제 힘만 믿고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얼마 못 가서 망하고 만다는 뜻이었다.
상용이 말한 것을 정리해 보면 고향을 잊지 말고, 어른을 공경하며, 부드러움으로 강한 것을 이기라는 가르침이었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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