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상은 예종 때 과거에 급제하여 김부식과 함께 이름을 드날렸으나 서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정지상은 평양 사람으로 일곱 살 때 대동강에 떠노는 오리를 보고 “何人把新筆 乙字寫江波(하인파신필 을자사강파-그 누가 새 붓으로 을 자를 강 물결에 그렸는가)”라고 읊은 천재 시인이었다.
세상에 전하기를 정지상이 일찍 “琳宮梵語罷 天色浮琉璃(임궁범어파 천색부유리-절에서 독경 소리 끝나자마자 하늘빛이 유리처럼 깨끗해졌다.)”라는 싯구를 지었는데, 김부식이 보고서 자기의 시로 삼으려고 달라 하였으나 주지 않았다. 두 사이는 더욱 나빠졌다.
그러자 김부식이 평양 묘청의 난을 치러 가며 정지상을 연좌죄(緣坐罪)로 몰아 먼저 하옥하여 죽였다.
그 뒤 어느 날 김부식이 “柳色千絲綠 桃花萬點紅(유색천사록 도화만점홍-버들 빛은 천 개의 실이 푸르고 복사꽃은 만 점의 꽃이 붉다)”이라고 읊었더니 문득 공중에서 정지상 귀신이 나타나 김부식의 뺨을 때리며 “천사만점인지 누가 세어 보았느냐. 어찌 <柳色絲絲綠 桃花點點紅 유색사사록 도화점점홍-버들 빛은 실마다 푸르고 복사꽃은 점점이 붉다>이라고 하지 못하느냐”라며 꾸짖었다.
그 뒤 또 절에 가서 화장실에 앉았더니 정지상 귀신이 김부식의 음경(陰莖)을 잡아당기며 “술도 아니 먹고 왜 얼굴이 붉었느냐”하매 김부식이 늘어지게 대답하기를 “隔岸丹楓照面紅(격안단풍조면홍-건너편 언덕의 단풍이 얼굴을 비추어서 붉다)”이라고 하였다. 정지상 귀신이 음경을 꽉 잡고 “무슨 가죽 주머니냐”라고 물으니 부식이 가로되 “네 아비 음경은 쇳덩이냐?”하고 버티매 정지상 귀신이 더 힘을 써 마침내 부식은 화장실에서 죽었다 한다.
원전) 이규보(李奎報) ‘백운소설(白雲小說)’
출전) 백철·이병기 공저 ‘국문학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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