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님의 장편소설 <매월당 김시습>을 다시 읽었다.
속표지에 '92년 8월 21일 구룡포 명보서점'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20여 년전에 구입한 것이다.
여기저기 밑줄이 그어져 있으니 읽기는 읽었던 것 같은데 낡은 활자들은 새롭기만 했다.
정의롭지 못한 세력과 불화하여 평생을 방랑과 울분 속에서 살았던 매월당
그의 삶에서 뜻 있는 선비의 높은 절개를 보았다.
갑자기 김시습의 자취나마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길을 떠났다.
12월 7일 토요일, 11시쯤 용장주차장에 도착.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보문쪽보다 강변도로를 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주차장 화장실 벽에 걸린 현수막이 맞이해 준다.
1차 목표는 남산 최고봉인 고위봉
공룡능선의 축소판이라는 이무기능선을 탈 예정이었지만 고위봉만 강조하다보니 길을 잘못 들었다.
남산에서 가장 깊다는 용장골로 들어섰다.
탐방객수 조사시스템에서 숫자 올리려고 딸내미랑 약간 까불었더니 산행도 뒤죽박죽 되어버렸다.
이순신 장군의 말
"산처럼 진중하라"
설잠교
설잠(雪岑)은 김시습의 법명으로 '눈 덮인 봉우리'라는 뜻.
잠은 대잠동할 때의 잠자로 봉우리라는 뜻이다.
설잠교를 건너지 않고 계곡을 타고 가다보면 왼쪽으로 용장사 삼층석탑이 보인다.
꽤 멋있었다.
이렇게밖에 찍지 못하는 내 실력이 못내 아쉬웠다.
좀더 정진하자.
이영재 입구를 지나 백운재로 올라가는 초입
산정호수까지 돌길이다.
호수라고 하지만 자그만 못이다.
이 곳에 오니 총각시절에 올랐던 기억이 흐릿하게 되살아난다.
아마 칠불암 쪽에서 올라왔던 것 같다.
뭔가에 쫓기듯 허겁지겁 살아왔던 젊은 날들이 그래도 그립다.
드디어 고위봉
두 번째 방문이다.
첫 번째는 칠불암쪽에서 올라오다가 뜻하지 않게 찾게 되었는데 안개 속에 바위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밝은 날에 보는 고위봉은 그저 그랬다.
1시 20분쯤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곁에 있던 노부부가 따끈한 인절미를 권한다.
답례로 "엿 드시겠습니까?" 하면서 엿을 권했다.
딸내미가 웃었다.
삼층석탑이 있는 능선에서 바라본 고위봉
앞에 있는 것이 태봉, 우측으로 이무기 능선, 좌측 계곡이 용장골에서 백운재로 가는 길이다.
이곳이 용장사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 좁았다.
마을 이름이 절을 따 용장리라면 규모가 제법 클 텐데 저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옆의 바위에 마애석불도 보지 못하고 그 밑에서 먹다 남은 김밥만 냠냠거렸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생각했던 대로 산행을 하지 못했다.
이무기능선, 마애석불, 용장사터를 놓친 것이 아쉽다.
다시 찾아와야겠다.
내년에 해야할 일 두 가지를 정했다.
첫째, 문사철 100 도전
둘째, 틈나는 대로 남산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