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원에서 500원 주고 '류코카인'이라는 백혈구 촉진제를 맞는 것으로 항암화학요법의 약물 치료는 끝난 것 같다.
죽지 않을 정도의 독극물이라는 항암치료제를 몇 시간 동안 맞고 있노라면
무엇보다도 그 많은 양의 약물이 혈관 속으로 들어 온다는 것 그 자체가 기분 나쁘다.
마치 오염된 물로 내 몸이 차오르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래도 병기가 깊지 않아 쉽게 치료를 마무리해 가는 편이다.
이제 남은 5차례의 방사선 치료도 곧 지나가겠지.
암 환자들은 암보다 면역체계가 무너져 감염 때문에 불행해 지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암 치료제가 정상세포, 특히 백혈구를 죽여 버려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 중 회 몇 점과 소주 한 두잔 마시고 감염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어떻든 몸의 면역력을 회복하는 것이 암을 극복하는 관건이다.
그래서 햇살 좋은 토요일(4일) 김여사랑 면역력 증강을 위해 산을 찾았다.
신항만도로를 타고 포스코 월포수련관으로 GO.
갈비탕쯤으로 점심을 해결하려고 월포해수욕장으로 갔으나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해
바닷가 횟집에서 우럭매운탕으로 때웠다.
5월 초순의 바다는 벌써 젊은이들의 활기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계명대, 경북대 학생들이 MT를 와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식당 앞에 있는 소나무들이 허리를 묶고 어딘가로 달려가는 듯한 모습이라 한 컷.
두 시에 산행 시작.
출발지, 포스코 수련관(장군바위에서 촬영). 쪼오기 풋사과색 마티즈 나의 애마가 보이는군.
그린회타운 건물을 지나면 등산로 입구가 나타난다.
등산로에 접어들자 겸재 정선길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교과서에 나오는 '금강전도','인왕재색도' 등의 진경 산수화와
보경사가 있는 청하골의 연산폭포를 그렸다는 정도만 알고 있지
겸재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언제 한번 찬찬히 알아 봐야겠다.
겸재정선길을 이어서 용두리 고인돌군이 나타난다.
무거운 문명의 못을 벗어버리고
원시인이 되어 자연 속으로 서서히 들어가 볼까나.
(고인돌:탁자식-북방계, 기반식-남방계, 개석식-한반도 전역)
포항 근교의 걸을 만한 산길은 어디나 '감사'다.
누구나 다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감사'라는 말도 분명 추구할 가치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강요는 말기.
솔숲 향기처럼 은은하게 풍겨나와 사람들 스스로 감사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소망은 정화의 기능이 있다.
돌탑이 높아 갈수록
산길의 돌들은 사라지고
사라진 만큼 사람들은 편안히 걸을 수 있다.
소망을 간직한 만큼
우리 인생길도 걷기 쉬워질까?
용두암(장군바위)에서 바라본 월포해수욕장
계속 오르막을 오르느라 지친 김여사
용두암 포토존
바닷가 전망이 상쾌하다
용두암에서 조금 올라가면 정자가 나타난다.
정자에서 본 바닷가쪽 풍경
낮잠 한숨 때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인다.
어느 해 여름 혼자서 지리산 종주할 때
장터목 나무 그늘 아래서 죽 늘어져 낮잠을 자던 등산객들이 떠올랐다.
정자에서 바라본 청하 들녘
드디어 정상.
그런데 정상이라는 표식이 없고 정상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어쨌든 정상.
해발 190m지만 계속 오르막길이라 좀 지친다.
임금바위(솥바위)에서
정상 이후의 길은 아기자기한 오솔길로 걷기에 편하다.
아까시나무가 제법 있어 꽃 필 무렵에 오면 환상적일 것 같다.
길가로 두릅나무 천지다.
그런데 남아 있는 순이 없다.
그래도 길가에서 떨어진 곳에는 남아있는 것이 있는 듯
검은 봉지를 든 할아버지가 우리 눈을 피해
머뭇머뭇 숲으로 들어간다.
여기저기 산초나무도 눈에 띈다.
갑자기 미꾸라지가 생각난다.
미꾸라지하니 뱀이 떠오른다.
산초나무 주위에는 독사가 많다는데..
산초나무 주위는 아니지만 오늘도 뱀 한 마리를 봤다.
고사목들이 꽤 보인다.
한 때 왕성한 생명력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했던 아까시나무.
여즘은 어디서나 말라죽은 아까시나무를 볼 수 있지만
여기서는 고사목이 숲을 이루고 있다.
정상에서 소동리쪽으로 가다가 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음)과 체력 소모로
원래 목적지인 산불감시탑이 저 멀리 보이는 알 수 없는 지점에서 되돌아왔다.
삼거리 분기점에서 포스코수련원쪽으로 내려오면 된다.
계곡도 제법 운치가 있었다.
포스코 월포수련관 주차장
검은 승용차가 있는 곳의 길이 등산로 출구이다.
총 소요시간, 2시간 반
내가 가 본 포항 근교의 얕으막한 산 중에서는 최고의 코스인 것 같다.
김여사도 동의함.
초반이 긴 오르막이 조금 힘들지만 나머지는 아기자기한 오솔길로 이어지고
코스가 다양하여 시간을 조절하기 쉽고
등산로가 잘 가꾸어져 있다.
아까시꽃이 필 무렵 다시 한 번 찾아야겠다.
* 요즘 체력적으로 다소 무리하는 것 같다.
당분간 산행보다는 양학운동장에서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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