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中田婦歎
今年粳稻熟苦遲
庶見風霜來幾時
霜風來時雨如瀉
杷頭出菌鐮生衣
眼枯淚盡雨不盡
忍見黃穗臥靑泥
茅苫一月隴上宿
天晴穫稻隨車歸
汗流肩赬載入市
價賤乞與如糠粞
賣牛納梲拆屋炊
慮淺不及明年飢
官今要錢不要米
西北萬里招羌兒
龔黃滿朝人更苦
不如却作河伯婦
오중 지방 농촌 아낙의 탄식
올해는 벼가 하도 늦게 익어서
서릿바람 불 때가 곧 닥칠 것 같았지요.
서릿바람이 불 때 비가 쏟아져
고무래는 곰팡이 슬고 낫은 녹이 슬었지요.
눈물샘은 말랐건만 비는 아직 아니 말라
벼이삭이 논바닥에 누운 꼴을 보았지요.
논 두둑에 거적 치고 한 달 동안 지내다가
날이 개자 벼를 베어 수레에 싣고 돌아왔지요.
땀 흘리며 멍든 어깨로 시장에 지고 가니
벼 값이 헐값이라 싸라기처럼 줘 버렸지요.
소 팔아 세금 내고 집을 뜯어 밥 지으며
내년에 굶을 일은 생각할 수 없었지요.
관아에서 요즈음은 쌀 안 받고 돈만 받아
서북쪽 만 리 밖의 오랑캐를 달랬지요.
훌륭한 관리 많다건만 백성들은 더 괴로워
차라리 하백의 아내가 되고 싶었지요.
*粳稻: 벼, 메벼
*苦: 몹시
*幾時: 금방
*杷頭: 고무래
*茅苫(모점): 거적을 치다
*隴: 고개 이름 롱, 두둑 롱
*赬: 붉을 정, 肩赬 어깨가 붉어지다
*乞與(기여): 주다 乞 빌 걸, 줄 기
*糠粞(강서): 겨와 싸라기
*官今要錢不要米: 송나라의 세법은 원래 쌀이나 현금 중에서 백성들이 내기 편리한 것을 낼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었는데, 신법을 시행한 이래로 관아에서 각종 세금을 현금으로만 받았기 때문에 현금이 귀해져서 백성들은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헐값에 쌀을 팔아야 했다.
*西北萬里招羌兒: 송나라 신종(神宗)은 서하(西夏)를 견제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서 서북쪽에 있는 강족을 달랬다. 招 달래다, 위무하다
*龔黃滿朝人更苦: 龔黃 한나라 때의 공수(龔遂)와 황패(黃覇)-훌륭하고 유능한 관리들. 관리들을 풍자하는 구절이다.
*不如却作河伯婦: 전국시대 위(魏)나라 업(鄴) 지방에는 수해가 자주 들었는데 무당과 결탁한 토호들이 황하의 신인 하백을 장가보내 주어야 수해를 막을 수 있다면서 매년 젊은 여자 한 사람씩을 강 속에 던져 넣는 이른바 ‘하백 장가보내기(河伯娶婦)’ 행사를 치르고 이 일을 계기로 백성들에게서 많은 돈을 갈취했다. 하백의 아내가 되고 싶다는 것은 강물에 투신자살하고 싶다는 뜻이다. 却 오히려
<해제>
희령 5년(1072) 12월 호주(호주, 지금의 저장성 후저우)에서 지은 것으로, 한 농촌 여인의 입을 빌려 수재를 당한데다 가혹한 세금까지 가중되어 도탄에 빠진 강남 지방 농민들의 참혹한 생활상을 그린 것이다. 당시에는 청묘법과 면역법의 폐해가 특히 심해 관리들이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쌀은 받지 않고 현금만 받았는데, 흉년이 들어 팔 곡식이 없어도 사정을 봐주지 않아서 집집마다 땅과 집과 소를 팔려고 나섰으며, 더구나 현금이 귀해진 탓으로 농민들은 쌀 두 섬을 팔아야 겨우 한 섬어치의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형편이었다. 이 시는 당시의 이러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풍자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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