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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치차오 조선의 망국을 기록하다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14. 9. 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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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치차오, 조선의 망국을 기록하다/최형욱 엮고 옮김/글항아리/ 2014.8.15

 

중국의 근대적 지식인 량치차오(양계초)가 자국민의 계몽을 위해서 쓴 글이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의 나쁜 점만을 부각시킨 경향이 있다. 사실을 과장한 내용이 많지만 우리에게 그런 일면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아직도 그러한 면을 버리지 못하고 지니고 있다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외국인도 우리가 망한 원인을 분석하였는데 왜 정작 당사자인 우리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었을까? 사대주의에 사로잡히고 개인의 안일만이 주관심사였던 지배계층 탓이다. 그들은 친일로 그들의 힘을 이어갔다. 나라를 망하게 한 자가 그 원인을 분석할 리는 없겠지. 그 흐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집요함도 그치지 않고 있다.

 

량치차오에 의하면 조선은 스스로 망한 것이다.

그 일차적인 책임은 황제에게 있다. 황실 외에는 제2의 세력이 없었던, 절대권력을 쥐고 있었던 황제가 망국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은 임금을 제압하지 못해 결국 패하게 된 임진왜란에서 교훈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한국 인민이 망하게 한 것이다. 한국인들은 남에게 의존하는 근성이 매우 강하며, 주권의식이 박약하다. 조정에 벼슬하는 자는오직 사당을 키워 서로 끌어 주고 서로 밀치며, 자기 자신만 알고 국가가 있음을 몰랐다(異)좋아하는 자는 비록 사악한 악당의 무리라고 하더라도 모두 추천하여 높이 올려 주고 미워하는 자는 비록 공정하고 선량한 사람이더라도 멀리 보낸다. 안중근 같은 사람이 있어도 조선 사회에서는 중시되지 않는다. 한일병합 발표를 앞두고도 황제 즉위 4주년 기념 연회를 자연스럽게 치른 조선 군신들의 어이없는 행태는 당시 개인주의와 사대주의가 팽배했던 데 비해 국가의식과 주권의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량치차오는 지도층의 이러한 성향이 결국 친일파를 만들어 망국의 직접적인 주역이 되게 했다고 보았다.

 

한국 인민은 양반 관리들을 마치 호랑이처럼 두려워하여, 미천한 관직이라도 더 없는 영광으로 여겼다.  그 일반 백성은 국사를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여기고 줄곧 정치 분야에서의 운동을 하지 않았으며, 오직 위에서 은택을 베풀기만 바랐다. 권세와 이익에만 우르르 달려들어, 외국 사람이라도 나라 안에 세력이 있는 자를 보면 숭배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였다.

 

주권의식이 박약한 것은 결국 개인주의 성향의 국민성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세계에서 개인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들 중에서도 조선이 그 첫째라는 편파적인 평가로 비약하기까지 한다. 아울러 조선인들은 이야기하기를 매우 좋아하지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없고 화를 잘 내고 일을 만들기 좋아하며 모욕을 당하면 분노하지만 금방 식어버린다고 했다. 또 조선인들은 장래에 대한 관념이 박약하여 백성은 일단 배부르면 내일 먹고 살 일을 도모하지 않고 벼슬하는 자들도 오늘 권세가 있으면 내일 나라가 망해도 아무 대책 없이 국가의 운명을 생각지 않는다고 하는 등 부정적인 인식들로 일관했다. 참으로 뼈아픈 지적들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제 질서에 대한 안목의 부족,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것, 개인주의적 안일의 팽배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쓸쓸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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