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30분 수목원 도착
어제 비가 내려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산뜻하다.
사진 찍기 좋은 날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
배터리 방전.
큰놈 폰으로 대신한다.
수목원에서 똥폼 좀 잡고 본격적으로 등반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매봉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찾지 못해 30분 정도 수목원을 빙빙 돌았다.
아내와 딸은 좋아 죽겠단다.
정자나 올라갔다가 김밥이나 먹고 가잖다.
요렇게 처량하게 헤맸다.
모든 걸 포기하고 전망대로 발길을 돌리는 순간 매봉 가는 길이 눈에 들어온다.
표지판도 없이 이렇게 생겼으니 헤맬 수밖에~
시계를 보니 12시 10분이다.
일단 처음 맘 먹었던 대로 향로봉을 목표로 삼았다.
보경사 계곡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많은 곳은 아니다.
오솔길을 조금 걷다보니 매봉 정상까지 0.8km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다 왔구나 싶었는데 계속 오르막이다.
힘들어 하는 딸을 매봉에서 점심 먹자며 다독였다.
그런데 어제 비가 온 탓인지 날벌레들이 많다.
큰놈은 벌레라면 진저리를 친다.
덕분에 1km 이상을 딸아이의 괴성 속에서 빠르게 내려올 수 있었다.
생태탐방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벌레 때문에 등산로를 버렸다.
등산인 듯 등산 아닌 등산 같은 생태 탐방로를 걷다 보니 정자가 나온다.
1시 10분 정자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번에는 바르다 김선생 김밥과 갈비만두를 먹었다.
진미김밥을 빼고는 김선생도 괜찮았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말자.
20분 정도 휴식을 취했다.
향로봉은 다음에 가기로 했다.
정자에서 멀리 포항 쪽이 보인다.
잘 닦여진 생태탐방로를 두 시간 이상 계속 내려왔다.
이런 길이 사람을 더 지치게 하는 것 같다.
아내와 딸은 자꾸 졸립다고 한다.
삼거리에서 수목원으로 가는 2.9km의 숲길은 적당한 오르막이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오늘 걸은 길 중 가장 좋은 구간이다.
수목원-꽃밭등-삼거리-수목원
대략 7.5km 되는 거리를 4시간 반 이상 걸었다.
이동 사랑마루에서 저녁으로 오리고기를 먹었다.
맥주 한 잔 생각 났으나 김여사의 눈길이 무서워
냉수만 홀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