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광보살, 월광보살
일광은 범어 Surya-prabha를 번역한 말로 일요(日曜) 혹은 일광편조(日光遍照)라고도 부르며, 월광은 범어로 Candra-prabha인데 월정(月淨) 또는 월광편조(月光遍照)라고도 한다.
이들은 약사여래의 양 협시보살로 약사유리광정토의 대표적인 보살이다.
약사 신앙은 <약사경>의 번역 뒤로 크게 성행되었는데 <약사경> 가운데 최초로 번역된 것은 <약사유리광경>으로 <관정경(灌頂經)>의 마지막 장인 ‘불설관정발제과죄생사득도경(佛說灌頂拔除過罪生死得道經)’에 해당된다. 그러나 <약사경>의 성립과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주장되고 있어 아직 확실한 학설이 없는 실정이다.
소의 경전과 성격
함안 방어산 마애약사여래삼존입사
약사여래는 동방유리광세계의 교주로 유리광왕 또는 대의왕불(大醫王佛)이라고도 하는데 중생의 온갖 병고를 치유하고 모든 재난을 제거하며 수명을 연장하는 부처이다.인간에게 있어 질병의 고통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큰 고통이고 따라서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기원이 약사신앙 성립의 원인이 된 것이다.
불교의 힘을 빌어 질병을 퇴치하고자 하는 구체적이고도 현실구복적인 약사 신앙은 <약사경>의 번역 뒤로 급속히 퍼져 민간에 강렬한 신앙심을 일으키며 성행되었다. 이러한 약사 신앙의 경전은 <약사여래본원경(藥師如來本願經)> - 隋 達摩笈多 譯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藥師琉璃光如來本願功德經)> -唐 玄奘 譯 650년 <약사유리광칠불본원공덕경(藥師琉璃光七佛本願功德經)> -唐 義淨三藏 譯 603년 그리고 <관정경(灌頂經)> ‘권12’에 수록된 <불설관정발제과죄생사득도경(藥師瑠璃光經 또는 單藥師經이라고도 함)의 4본이 전하고 있다.
<약사여래본원경>에 의하면 “두 보살마하살이 있는데 하나는 일광이라 하고 또 하나는 월광이라 부른다. 그들은 무량무수의 제보살 가운데 가장 우두머리가 된다. 그들이 세존, 약사유리광여래의 정법의 장을 지닌다.”고 설해져 있어 약사의 협시보살임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일광은 좌협시, 월광은 우협시로 배치된다.
<약사경>에 의하면 약사여래가 과거 보살행을 할 때에 12대원을 발하여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고통을 구제해 준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12대원은 다음 세대에 여래가 되는 일광, 월광보살의 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12대원은 다음과 같다.
1. 내가 내세에 깨달음을 성취하면 나의 광명을 밝게 해서 한량없는 세계를 비춰주고, 32상 80종호로 장엄하며 일체의 중생을 나와 동일하게 만들리라.(第一光明照曜願)
2. 나의 몸은 유리와 같으며, 빛이 일월보다 밝다. 이 빛으로 삶들이 어둠 속에서도 처소를 알고 사업하게 하리라.(第二身如琉 璃願)
3. 한량없는 지혜로 일체의 중생을 섭수하고 모두가 만족하여 조금의 부족도 없게 하리라.(第三受用無盡願)
4. 외도를 수행하는 사람은 보살도 속에 편안히 설 수 있게 하고, 성문도나 벽지불도를 수행하는 사람은 대승에 편안히 설 수 있게 하리라.(第四大乘安立願)
5. 일체의 중생들이 나의 가르침 속에서 청정행을 닦으면 모두가 3취정계를 구족하고 악도에 떨어지지 않게 하리라.(第五三聚 具足願)
6. 못 듣고, 못 보는 등 일체의 지체장애자나 각종 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나의 명호를 들으면 정상적인 몸을 갖추게 되리라.(第 六諸根具足願)
7. 어떤 중생이 병고에 시달리나 간호해 주거나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치료를 받을 수 없더라도 나의 명호를 들으면 일체의 병 고를 여의고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하게 하리라.(第七衆患悉除願)
8. 어떤 여인이 여인만이 지니는 세속적인 고통을 싫어해서 여인의 몸을 바꾸고 싶어하면 대장부의 몸을 받고 마침내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하게 하리라.(第八轉女成男願)
9. 일체의 중생이 마구니의 촉수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며, 각종의 사견에 빠지면 정견에 서게 하고 점차 보살행의 방법을 보여 주리라.(第九安立正見願)
10. 일체의 중생이 독재자의 악정과 무법의 사슬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며, 한없는 재난과 근심 걱정으로 받는 고통이 있으면 나의 복덕의 힘으로 일체의 고난에서 벗어나게 하리라.(第十繫縛解脫願)
11. 굶주림에 악업을 짓는 사람이 있으면 맛있는 음식으로 배부르게 한 뒤 진리의 음식으로 편안하게 하리라.(第十一餓饉安樂 願)
12. 가난하여 헐벗은 중생은 그의 기호에 맞추어 의복과 장신구를 갖추어 주리라.(第十二衣服嚴具願)
12대원은 일상 생활과 밀착된 매우 현실적인 소망을 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일광, 월광 두 보살은 현실적인 고통을 제거하고 안락하게 해 주는 성격을 갖는 보살이라고 하겠다.
형상의 특징과 주요 작품
두 보살은 단독으로는 거의 조성되지 않는다. <정유리정토표(淨琉璃淨土標)>에 기술되어 있는 두 보살의 형상을 보면 “일광보살은 적홍색으로 왼손의 손바닥에 해(日)를 놓고 오른손으로는 천상에서 핀다고 하는 만주적화(蔓朱赤花)를 잡고 있으며, 월광보살은 백홍색으로 왼손의 손바닥에 월륜(月輪)을 놓고 오른손으로는 홍백의 연꽃을 잡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약사 신앙이 유행되어 약사불상이 많이 제작되었다. 분황사의 약사여래상이나 백률상의 약사상은 특히 유명하며 그밖에 소규모의 약사상도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일광, 월광보살을 포함한 약사삼존상의 유품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약사삼존상의 대표적인 유물로는 801년에 제작된 방어산 마애삼존상을 들 수 있다.
회암사 약사삼존도
일광, 월광보살의 모습은 조각에서보다 조선시대 불화 가운데 약사여래도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불화에 표현된 일광, 월광보살의 형상은 보관에 일상과 월상의 표시가 있는 것이 있고 또 일상, 월상을 얹은 연꽃 가지를 들고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아무런 지물이나 표시가 없이 약사여래 곁에 합장을 하고 있는 도상도 있다.
조선시대의 약사여래도 가운데 회암사(檜巖寺)의 약사삼존도(1565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와 광덕사(廣德寺) 약사불회도(1741년) 그리고 직지사 약사불회도(1744년) 등에서 두 보살은 각기 일상, 월상의 표시를 지닌 보관을 쓰고 모두 합장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한 범어사 대웅전의 약사삼존도 벽화에서 두 보살은 각기 일상, 월상이 꽃 위에 놓여져 있는 연꽃 가지를 잡고 있다. 통도사의 약사불회도(1755년)에서 두 보살은 각기 꽃줄기를 잡고 있는데 월광보살은 흰 연꽃을 잡고 일광보살은 나팔과 같은 특이한 모양의 꽃을 지녔는데 <정유리정토표>에서 말한 만주적화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밖에 쌍계사 약사도(1781년)에서처럼 일광, 월광보살에 아무런 표시나 지물이 없이 합장을 하고 있어 약사여래의 협시로 배치되지 않았다면 다른 보살과 구별이 어렵게 표현된 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