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2 / 한승원 / 팬덤하우스 / 2008.06.13.
다산2의 내용은 황사영백서와 18년간의 강진 유배, 고향에서 회혼식날 운명하는 것으로 끝난다.
정약종과 황사영의 길과 정약용의 길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가는 아직도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성리학에 조금만 어긋난 언행을 해도 이단으로 몰려 죽음으로까지 내몰리는 노론의 세상에서 한때 천주학쟁이로 살아야했던 다산의 고뇌는 여유당이라는 호에서도 잘 나타난다. 豫(與)兮若冬涉川 猶兮若畏四鄰(겨울에 강을 건너듯 머뭇거리고, 사방의 이웃 대하듯 주춤거리고. 노자 15장)에서 따온 여유당이라는 호. 청양고추처럼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소극적이다 못해 비겁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다산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오는 처절한 심리적 갈등을 느끼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 작품은 다산과 나를 하나로 묶지 못하고 구경꾼으로 만든다.
다산의 심리적인 변화의 근본에는 실사구시의 정신이 깔려 있다고 본다.
다산의 시대에 성리학이 공리공론이었다면 천주교는 급진적인 것을 넘어 혁명적인 사상이었다. 현실을 무시한 이론은 사상누각이 아닐까.
다산이 택한 길은 실사구시의 길이었다.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실사구시는 민본주의로 이어지고(거문고는 왜 신의 악기인가), 민본주의는 절실함으로 이루어져야한다.(시경 진풍편 '동문 밖의 연못').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이 제대로 형상화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거문고는 왜 신의 악기(神琴)인가
수많은 누에고치들의 순절 때문이네.
그들의 몸을 비틀어 꼰 울음은
혼의 음악이 되고 그 음악은 빛이 되고
찬란한 빛은 새가 되어
펄펄 하늘 한복판으로 날아가네 -<다산비결>
-거문고 여섯 개의 줄은 누에고치 2만여 개의 실오라기들을 겹겹으로 비틀어 꼬아 만든 것이라고, 곡산의 한 거문고 장인이 말했다. 그 거문고의 아름답고 구슬픈 소리는 에밀레종 소리처럼 죽음의 고통을 비틀어 꼬아낸 혼의 빛인데, 그것은 이 땅의 기운이 뽕나무를 기르고, 누에가 천기를 호흡한 결과이다.
오막살이(衡門)
衡門之下 可以棲遲 오막살이 집일망정 심신이 편안하고
泌之洋洋 可以樂飢 옹달샘 물맛 좋아 주림을 면했구나
豈其食魚 必河之魴 황하의 방어만이 물고기더냐
豈其取妻 必齊之姜 제나라 강씨만이 부인이더냐
豈其食魚 必河之鯉 황하의 잉어만이 물고기더냐
豈其取妻 必宋之子 송나라 자씨만이 부인이더냐
동문 밖의 연못(東門之池)
東門之池 可以漚麻 동문 밖 연못에 삼 담그면 좋겠네
彼美淑姬 可與晤歌 고운 저 아가씨와 노래하고 싶어라
東門之池 可以漚紵 동문 밖 연못에 모시 담그면 좋겠네
彼美淑姬 可與晤語 어여쁜 저 아씨와 말을 하고 싶어라
東門之池 可以漚菅 동문 밖 연못에 왕골 담그면 좋겠네
彼美淑姬 可與晤言 예쁜 저 아가씨와 얘기하고 싶어라
다산의 호 중에는 俟菴도 있다. 기다린다는 뜻이 담겨 있다. 다산이 기다리는 세계는 민본주의의 세상이다.
<다산비결>을 통해 다산과 동학혁명을 연결시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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