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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2. 9. 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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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토니 모리슨, 최인자/문학동네/2021.08.03.

이 작품은 재즈의 형식으로 쓰여진 작품이라고 한다. 재즈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음악의 일반적 특징을 생각해 보았다.
음악은 우리의 생체리듬처럼 반복과 변조로 이루어진다..
음악은 조화를 추구한다. 조화를 이루는 한, 어떤 구성요소도 등한시 되지 않고 조화 속에서 자신을 구현한다.
음악은 주로 감성을 자극하여 심성을 안정시키는 기능이 있다. 동양에서는 詩·書·禮·樂이라 하여 음악을 중시했으며 공자는 "興於詩, 立於禮, 成於樂."(논어 태백8)-시에서 착한 것을 좋아하고 나쁜 것을 싫어하는 마음을 흥기시키며, 예에 서며, 악에서 완성한다-라고 하였다.
 
<작가의 말>에서 확인했다.
나는 이 일화("죽은 자의 할렘 북", 제임스 반 더 지의 회상>가 블루스 음악이 늘 탄식하고 추앙하는, 저항할 수 없는 재즈의 에너지에 의해 불타오르곤 하는, 자부심에 찬 희망 없는 사랑이 향기를 풍기는 것 같았다.-죽어가면서 끝까지 총을 쏜 사람을 밝히지 않은 것
나는 재즈가 예기하고 지향하는 근대성에, 그리고 그 터무니없는 낙관주의에 큰 충격을 받았다. 개인적인 얽힘과 인종적 풍경의 진실 혹은 결과가 무엇일지라도, 또한 아무리 과거가 우리 앞에 거듭 출몰할지라도,  그것이 결코 우리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거라고 이 음악은 주장하고 있었다. 재즈는 미래를 요구하고 있었다.
낭만적 사랑은 재즈의 원동력이고 즉흥성, 독창성(그들의 선택), 변화(다양성)가 그 특징이다. 여러 화자들 혹은 여러 목소리들 간의 즉흥 연주와 자유로운 변주가 펼쳐져 임기응변, 애드립이 가능한 열린 구조로 이루어졌다. 판소리의 더늠이 생각났다. 
이 소설에서는 구조가 의미와 동등할 것이다.(파울첼란의 죽음의 푸가)
나는 그 음악의 지성, 관능성, 무질서, 다시 말해 그것의 역사, 범위, 그리고 현대성이 현현될 작품을 원했다.
 
"츳. 나는 그 여자를 안다"로 시작한다. 읽는 내내 나는 누구일까 궁금했다. <작가의 말>을 읽고서 ‘작가’라고 생각했으며 재즈공연과 교감하는 관객의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개인적 경험. 칠포재즈페스티벌-이하이)
주 배경은 뉴욕, 시대는 재즈의 시대라고 하는 1925,26년. 바이올렛의 남편 조 트레이스가 50의 나이로 18살 소녀 도카스와 바람을 피우고 결국 그녀를 죽이며, 바이올렛은 소녀의 장례식에 나타나 그녀의 얼굴에 칼질을 하려고 한 중심 사건이 첫부분에 제시된다.
이어서 여러 인물들이 반복과 변조로 제시된다. 대부분의 인물이 결손가정 출신이다. 고통에 중독되어 삶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위험한 아이들처럼 낭만적이고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바이올렛은 어머니(로즈 디어)가 자살하고 외할머니(트루 벨)의 보호를 받는다. 1925년 안정된 생활 후 침묵의 세계로 빠져 들어 세상과 단절하고 남편 조는 도카스와 바람을 피운다. 자기의 정체성에 눈을 떠 간다.
"아니라고? 그럼 당신은 누군데요?" / "나도 몰라요. 그래서 머리가 아픈 거예요."(130쪽)
"난 그저 어딘가 앉을 데가 필요했어요. 여기면 앉을 수 있을 것 같았죠. 당신이 날 들여보내주길 바랐는데, 정말 그렇게 해주었어요. 순전히 나 때문에 조가 거리를 방황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그가 나이길 바랐던 소녀가 어떤 아이였는지 알고 싶었어요."(133쪽)
자식에 대한 열망은 있으나 현실적 제약으로 세 번이나 유산하고 그 경험이 도카스와 겹친다.
바이올렛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엄마. 엄마라고? 이곳이 엄마가 지나왔고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었던 지점일까? 나무도 없이 그늘진 곳, 선택권을 가진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앞으로도 사랑받을 수 없으리나는 걸 알아챈 곳? 모든 것이 지나가 버리고 단지 말만 남은 곳?(174쪽)
"뭔가 진짜 조언을 원하나?" 앨리스가 물었다. "진짜 조언을 해 주지. 뭐든 사랑할 만한 게 남았으면 아무거라도 그냥 사랑해봐."(178쪽) 
웃음은 진지한 것이라는 사실. 웃음은 눈물보다 더 미묘하고 더 심오했다. 허리를 구부리고 어깨를 흔들며 그녀는 장례식에서 자신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하려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했다. 블루스 곡조 같고 재즈 비트 같은 일을 하려고 더듬더듬 칼을 찾는 모습........그녀는 기침이 나올 때까지 웃고 또 웃었다.(179-180쪽)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다면, 그런 세상이 무슨 소용이지?"---"만일 네가 삶을 바꾸지 못하면 삶이 너를 바꿔놓을 거야."---"내 것이란 사실을 잊은 거지. 바로 내 인생이라는 걸. 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기를 바라며 거리 여기저기를 뛰어다녔어." (318쪽)
진솔하며 포기를 모르는 바이올렛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18세 소녀, 도카스는 이스트세인트루이스 폭동 때 부모가 비참하게 살해되고(전차, 방화), 이모인 앨리스 맨프리드가 키운다. 앨리스는 선정적, 관능적인 재즈를 싫어하지만 도카스는 애호가이다.
"네 평생 그보다 더 결핍이 심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325쪽) "단단한 비늘이 있다고 해서 어린 물고기가 아닌 건 아니야."(326쪽)-조의 도카스에 대한 평가
"사과는 오직 하나야." 분명히 "사과"라고 했던 것 같아요. "딱 한 개뿐이야. 조에게 말해줘."(327쪽)-도카스의 마지막 말
도카스는 왜 조를 지키려했을까?
 
조 트레이스는 한 번도 어머니를 본 적이 없다. 로다와 프랭크 월리엄스 부부가 키워주었으며 등교 첫날 스스로 트레이스라는 성을 택한다. 지극히 평범한 남자. 엄마에 대해서 도카스에게 처음으로 고백한다.
최소한 그 이후부터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은 1925년 가을까지 그가 마음속에 줄곧 간직하고 살아온 텅빈 공허는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조와 동년배인 사람들보다 마음속의 공허가 어떤 것인지 더 잘아는 도카스였다. 그녀는 그의 텅 빈 곳을 채워주었고 그도 그녀의 공허를 채워주었다. 그녀 또한 마음속으로 그런 공허를 느꼈으니까.(65쪽)
-공허의 원인: 모의 부재 "와일드가 손을 내밀었는지 아닌지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좋아, 바이올렛, 너와 결혼하겠어'라고 말해버린 젊은 날의 나처럼."
"말본, 난 단지 여자인 친구를 원하는 거예요. 같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를."
젊은 시절의 풋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 그래. 바로 그것이 도카스였다. 어리지만 현명한 소녀. 그녀는 조 혼자만 간직한 달콤한 사탕이었다.(186쪽)
나는 그가 16살쯤에서 성장을 멈춰버린 남자라고 생각한다.(186쪽)

앨리스 맨프리드,남편의 불륜을 증오하며 그를 괴롭혀 죽음에 이르게 한다. 종교적 엄숙주의자.-앨리스와 바이올렛은 왜 남성에 집착하고 여성을 미워할까?
말로 할 수 있는 주장은 이미 깃발에 인쇄되어, 독립선언문에 나온 몇 가지 약속들을 되풀이하며, 기수의 머리 위에 휘날렸다.(87쪽)
그리고 그 증오는 그녀가 루이스 맨프리드와 결혼할 때까지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결혼식 전날이 되자 그녀의 부모는 장차 안아볼 손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동생들의 속옷 안에서 점점 커지며 모습을 드러내는 젖꼭지를 타박했다.(124쪽)-남성에 종속된 여성의 삶
무장하지 않은 여자들은 누구인가? 교회나 심판하시는 진노의 하느님에게서 보호를 구하는 여자들이었다.(125쪽)
-앨리스는 어떻게 조 부부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트루 벨은 노예 출신으로 베라 루이즈의 시녀였다. 베라 루이즈와 흑인 헨리 레스트로이(헌터스 헌터) 사이에서 태어난 금발의 소년 골든 그레이를 애정을 갖고 보살핀다. 골든 그레이는 아버지를 찾아 나선 길에 임신한 흑인 소녀(와일드)를 만난다. 그녀가 조의 어머니이다. 아버지는 레스트로이.
"자유로운 검둥이도 있어. 언제나 자유로운 검둥이가 몇 명쯤은 있었지. 자네도 그들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었어." / "자유로운 검둥이가 되고 싶지 않아요. 나는 자유로운 인간이기를 원해요." / "우리 모두 마찬가지야! 이보게, 백인이든 흑인이든 자네가 원하는 대로 해. 선택을 하라고. 하지만 만약 자네가 흑인을 선택한다면, 흑인답게 행동해야 하네. 남자답게 굴고 잽싸게 행동하라는 말이야. 백인 녀석들처럼 불손한 말대꾸 따위는 하지 말고!"(265쪽)
 
펠리스의 반지. 백인에 대한 반항.
 
나는 인생이란 세상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대로 이루어진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인간 때문에 어디서부턴가 꼬여버렸다. 불행에 속박된 육체가 쾌락으로 세상에 집착하기 때문이다.---나는 이제 더는 그런 걸 믿지 않는다. 거기엔 뭔가 빠져 있다. 어떤 속임수 같은 것이. 밖에서 결론 짓기 전에 먼저 안에서 이해해야 할 어떤 다른 것이.(349쪽)
 
그러나 거기에는 또다른 부분이, 그다지 비밀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찻잔과 받침을 건네줄 때 서로의 손이 스치는 것. 전차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의 옷깃을 여며주는 것이나 어두운 영화관에서 밝은 햇빛으로 나올 때 그의 푸른 모직 정장에서 보푸라기를 떨어주는 것 같은 일들이.(350쪽)
 
고통의 중독(집착)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고,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재즈 연주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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