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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3. 5. 2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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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정지아/창비/2023.01.16.

 

장정과 분량,  문체가 부담스럽지 않아 쉽게 책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하룻만에 다 읽었다.

읽으면서 왁자지껄한 장례식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독한 혼란 속에서도 바탕에 흐르고 있는 인간의 따뜻한 情이 느껴졌다.


이념에 사로잡힌 완고한 사회주의자, 유물론자, 혁명가인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알고 보니, 가부장제를 극복한, 소시민성을 극복한, 진정한 혁명가였다.(244쪽)

-아버지가 사랑한 것은 우리 주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자들이었다. 

 

<인상적인 문장 및 장면들>
탓을 하는 인생은 이미 루저다.(40)


"민족이고 사상이고, 인심만 안 잃으면 난세에도 목심은 부지허는 것이여."
자신도 고씨처럼 인심을 잃지 않았으니 빨갱이라도 고향에서 살 수 있다는 의미인 듯했다. 한때 적이었던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어울려 살아가는 아버지도 구례사람들도 나는 늘 신기했다. 잘 죽었다고 침을 뱉을 수 있는 사람과 아버지는 어떻게 술을 마시며 살아온 것일까? 들을 수 없는 답이지만 나는 아버지의 대답을 알 거 같았다. 긍게 사람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137-138)

아버지가 곡성군당위원장(23세)일 때 순경(20대 초반)을 살려준 사건(174-179)--- 안중근의 포로 석방과 대비


"누구한테나 어쩔 수 없는 사정이란 게 있는 거야. 아빠 너무 미워하지마."(237)

-매 맞은 베트남 출신 여자가 아이에게 한 말

아버지가 빨치산이었던 건 고작 사년(48년 겨울-52년 봄)뿐이었다.~~~아버지는 고작 사년의 세월에 박제된 채 살았던 것이다.(252)

우리가 싸워야 할 곳은 산이 아니라고. 사람들이 불빛 아래 옹기종기 모여 밥 먹고 공부하고 사랑하고 싸우기도 하는 저 세상이라고.(255)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아버지 십팔번이었다. 그 말 받아들이고 보니 세상이 이리 아름답다. 진작 아버지 말 들을 걸 그랬다.(268)

- 작가의 말에서

 

*김응교 시인의 시 <최고의 노동>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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