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리타 단상집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와 같은 단상집이다.
손에 쏙 들어오는 문고본으로 장정도 소박하다.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글에 상실의 아픔과 풍경을 마주하면서 위로 받는 모습이 생생하다.
마치 내가 풍경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일은, 단지 자신을 사는 것, 가장 사소한 마음을 살고, 그 기쁨을 알고, 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는 일. / 그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니까."(사라지는 꽃, 옆에 살아지는 꽃)
"내게 세상을 가르쳐 주는 것은 / 인간이 아닌, 늘 말 없는 것들이다. / 살아서 온전히 자신만을 다 하는 그것들뿐이다.(자연으로의 산책은 언제나 벅차다)
꽃잎 한 장 여는 동안 / 모든 살고자 하는 의지를 다 썼다. / 죽어 다시 태어날 그 의지까지 다 썼다. / 한 장 한 장이 시가 아닌 적도 없고, / 유서가 아닌 적도 없다. / 그러니 못생긴 꽃 한 송이 피고 지는 동안 / 우리 모두 묵념을.(꽃은, 우는 건지도 모른다)
마지막 단상 '단 하나의 삶' 말미에 붙어 있는 <메리 올리버>.
그녀의 시 '기러기'를 다시 찾아봤다.
글쓴이는 기러기가 일러 준대로 살고자 한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