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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3. 6. 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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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박은정/문학동네/2023.04.12.


우크라이나 태생인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가 쓴 작품이다.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모은 이야기를 일반 논픽션 형식으로 쓰지만, 소설처럼 읽히는 강렬한 매력이 있는 산문, 일명 '목소리 소설'이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

"값없이 죽임당한 수백만의 사람들
어둠 속에서 길을 다지네……"
- 오시프 만델시탐

권두시이다. 
값없이 죽임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참상과 전후에 겪은 트라우마를 2차대전 참전 여성들의 회고로 드러내고 있다. 
"전쟁처럼 악하고 소름끼치는 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톨스토이" 

여성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 현실적이고 더 잔혹하며 더 실제적이다. 한 마디로 몸과 마음이 쑤신다.

역사는 거리에 있다. 군중 속에. 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의 조각들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26쪽)
스탈린이나 레닌을 믿은 게 아니라 공산주의 사상을 믿었지. 나중에 사람들이 이름 붙인 것처럼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믿은 거야. 모든 사람들을 위한 행복,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행복. 바로 그걸 믿었어. 그들이 꿈꾸는 자들이고 이상주의자들이었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해. 하지만 눈먼 자들이었다는 의견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어. 절대로!(317-8쪽)
- 위험한 사상이란 상식을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 사상이다.-아쿠다카와 류노스케

'거기(전쟁)선 왜 사람들을 죽이냐'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까?---- 우리에게 전쟁은 살인 행위일 뿐이다.(27-28쪽)
사람은 어떻게 다른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정신 나간 생각과 의기 투합할 수 있는가? 심지어 죽일 의무가 있다는 생각까지 하다니.(63쪽)
아빠, 전쟁은 왜 하는 거예요?(300쪽)
-군인은 어째서 싸우는지 따질 것도 없이 흔연히 적과 맞선다.
 군인은 어떻게 술에 취하지 않고서도 훈장을 매달고 돌아다닐 수 있는 걸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난쟁이 어릿광대의 말)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것, 노자 31장. '전쟁, 그건 끊임없는 장례식이야....'(487쪽)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군대와 무기를 놔 둔 채 생명과 평화를 이야기 할 수 있나.

나는 위대한 사상에 필요한 건 작은 사람이지, 결코 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념에 큰 사람은 쓸모없고 불편한 존재라는 것을. 큰 사람은 완성되는 데 손이 많이 간다. 나는 바로 그런 사람을 찾는다. 작으면서도 큰 사람. 그는 멸시당하고 짓밟히고 학대당했지만, 스탈린 수용소와 배반의 아픔을 겪었지만, 결국은 승리를 거뒀다. 그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쟁의 역사를 승리의 역사로 몰래 바꿔치기해버렸다. 작으면서 큰 사람, 그가 직접 그 사실을 말해줄 것이다......(37쪽)
- 명분과 이념(조국, 사상)으로 전쟁을 설계하는 남성-말하는 자
  감정, 일상적인 삶, 생명을 주는 존재-피해자이면서 말하지 못하는 자
- 작은 삶과 커다란 이념
-가부장적 남성중심주의, 권위주의가 문제지만 여성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연대가 필요하다.

대체 무엇이 그녀를 전장으로 내몰았을까!(91쪽)-조국이라는 위대한 사상

'소련의 장교는 결코 포로가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포로는 없다. 반역자만 있을 뿐'-스탈린(506쪽)
전쟁 전에 우리 붉은 군대의 훌륭한 지휘관들을 독일 첩자니 일본 첩자니 몰아세우고 총살시켜서 다 죽여버린 게 누구지? 정말 알고 싶다니까...... 히틀러가 탱크와 전투기를 만들며 전쟁을 준비하고 있던 그때, 부됸니 기병대만 믿고 두 손 놓고 있던 게 누구냐고? 누가 '우리 국경은 철통같이 튼튼하다....' 이따위의 말로 우리를 안심시켰느냔 말이야? 전쟁 나자마자 우리 군대가 탄환 남은 거나 걱정하는 신세가 된 게 누구 책임이냐고.........(507-8쪽)
우리가 적과 싸웠고 승리를 위해 모든 걸 희생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어. 그래, 우리는 승리했어......그건 민중이 쟁취한 승리였어! 하지만 스탈린은 여전히 민중을 믿지 않았어. 그게 우리에게 주는 고국의 보답이었어. 우리의 사랑과 우리가 흘린 피에 대한 보답'.......(498쪽)
포로는 전후 반역자로 몰려 민중의 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민중이 쟁취한 승리인데도 말이다.(이승만의 1.4후퇴와 부역자 처벌)
* 과연 민중의 적은 누구인가?

나는 전쟁을 회상할 필요가 없어요. 지금도 내 모든 삶이 전쟁 중이니까......(230쪽)
-몸과 마음으로 겪는 트라우마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은 전쟁이다. 
"전쟁처럼 악하고 소름끼치는 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톨스토이
전쟁을 없애는 방법을 찾고, 전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쟁은 우리들 모두가 지나치게 게으르고, 지나치게 안이하고, 지나치게 비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헤르만 헤세) 

<감동적인 장면>
'안나 니콜라예브나 흐롤로비치, 근위대 중위, 의사보조'의 증언-새 생명의 탄생(358-60쪽)
'예프로시냐 그리고리예브나 브레우스, 대위, 의사'의 증언-귀리죽과 빵(398-9
쪽)

'전쟁이 끝나면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해 할까! 아,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이 펼쳐질까! 이처럼 처절한 고통을 이겨냈으니 이제 사람들도 서로 가엾게 여기겠지. 서로 사랑할 거야. 달라질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니까. 철석같이 믿었지.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 미워해. 다시 서로를 죽이고. 나는 그게 제일 이해가 안 돼.....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우리는....우리는 도저히 그게.....'(552-3쪽)
"어째서 인간들은 전쟁 없이 살지 못하는가? 나는 도저히 그 까닭을 모르겠다."-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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