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토벌대에 희생된 숫자보다 더 많은 최소 500여 명의 항일 혁망가들이 혁명조직 내에서 서로가 서로를 의심해 죽고 죽인 민생단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필자의 필력과 작품에 기울인 노력이 묻어난다.
1932년 대련 만철본사 영선과에 근무하는 김해연은 전임 일본인 기사의 피살로 빈자리가 된 돈도선(돈화-도문) 실지측량반 기사로 용정으로 출장을 간다. 민족이나 계급의식이 희박한 그는 간도임시파견대 나카지마 타츠카 중위와 친하게 지낸다. 그 자리에 이정희도 함께 하게 되고 김해연과 이정희는 서로 사랑을 느낀다.
어느 날 출근길에 아이가 그에게 편지를 전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정희는 죽고, 변절하여 총영사관 보조일을 하는 최도식, 나카지마, 김해연 등은 이정희 죽음에 얽혀든다.
팔도구광산에서 일하는 동기생의 소개로 박길룡(박타이, 양도생)과 만나 민생단 가입을 권유받는다. 민생단은 만주국이 세운 단체이다. 박길룡의 음모로 일어난 대성촌 학살 사건으로 안세훈은 죽고 김해연은 불신으로 가득 찬 나 자신도 신뢰할 수 없는 밤의 세계로 빠져든다.
대련으로 복귀한 김해연은 아편중독으로 해직된다. 용정으로 돌아와 이정희가 목을 맨 버드나무를 최도식의 도움으로 찾아내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팔가자 경성사진관 사람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여옥과의 사랑으로 삶의 의욕을 되찾는다. 여옥과 함께 경성으로 돌아가려고 마음을 굳히고 있을 때 유정촌에 살고 있는 여옥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다. 그런데 경성사진관 사람들은 항일운동조직원으로 결혼식을 핑계로 보급품을 전달하고 있었다. 토벌대의 학살이 벌어지고, 별동대 박도만의 도움으로 김해연과 다리에 부상을 입은 여옥만 살아 남는다.
박도만에게서 대성중학(공산계열) 안세훈, 박도만, 최도식(동흥중), 이정희(안나 리, 명신여학교)의 평우동맹과 박길룡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박길룡은 안세훈, 박도만, 이정희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고, 김해연는 박길룡을 죽인다. 김해연은 공산당에 입당하고 대련에서 활동하다가 용정으로 돌아와 최도식을 죽이려다가 자식들을 보고 살려준다.
이정희가 죽음의 자리에서 김해연에게 쓴 편지로 소설은 끝난다.
밤은 노래한다. 밤은 피아가 구별이 되지 않는 혼돈의 세계이다. 만주뿐만 아니라 요즘의 세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밤은 노래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밤과 어둠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곧 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뭔가를 찾아내야 한다. 세상에 어둠과 밝음을 동시에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은 없다.여운이 짙은 작품이다. 2016년 개정판도 읽어봐야겠다.
"만주사변 직후, 만주 내 조선인들을 약탈, 겁탈, 방화한 자들은 일본군이 아니라 구국군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조선인 이주민들이 일본 대륙 침략의 앞잡이라고 믿고 있었다."- 스탈린도 블라디보스토크 한인들을 일본 간첩일 수 있다는 이유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민족우선주의.
"내 주머니에는 항상 톨스토이의 책이 있었소. 그의 주인공들은 끝없이 세계와 투쟁하면서도 인도주의와 희생을 믿었던 자들이오. 그건 그가 자연을 사랑했다는 사실과도 결부되는 것이오. 나무는 가만히 서 있는 것 같지만 그 내부에서는 세계와 끊임없이 투쟁하니까 저렇게 곧추 서 있을 수 있는 것이오. 인간 역시 모순에 가득 찬 세계 속에서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오. 도덕이란 그렇게 변화하는 인간만이 알 수 있는 것이오. 일단 그렇게 변화하는 인간의 도덕을 알게 되면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잔혹한 일들을 혐오하게 될 수밖에 없소. 변화를 멈춘 죽은 자들만이 변화하는 인간을 잔혹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건 정말 구역질이 나는 일이오. 하지만 인간은 그보다 힘이 더 센 존재요. 나는 잔인한 세계에 맞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잔인한 세계 속에서도 늘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간의 힘을 믿었기 때문에 공산주의자가 됐소. 인간이 성장하는 한. 세계도 조금씩 변하게 마련이오. 그런 인간의 힘을 나는 믿었소."(232-233)
"톨스토이의 주인공들은 결정론적인 세계를 살아가는데도, 그들은 쉬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오. 그게 바로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일이오. 그 책은 버렸으되 내가 여전히 톨스토이를 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그때문이오. 사람을 죽이면 진실을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진실을 알고자 할 때 사람을 죽일 줄 수 있는 법이오."(236)
"그 아우성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간도 땅에서 살아가는 조선인들은 죽지 않는 한,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경계에 서 있었다. 어디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민생단도 되고 혁명가도 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항상 살아 있었다. 살아 있다는 건 다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라는 것이므로, 시시때때로 운명이 바뀐다는 뜻이므로."(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