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님의 자전적 수필집으로 1인출판으로 나왔다.
만화가인 아드님(이태하)이 삽화를 그렸다.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자신만의 수법으로 솔직담백하게 엮어나가면서도 눙치는 맛이 있다. 막걸리 맛이 나는 책이다.
읽기 쉬운 듯했지만 지역 사투리가 많이 나와 가끔씩 뜻을 되새기느라 멈칫할 때가 있었다. 사투리 보존과 활용에 관심이 많은 요즘에 참고 자료로 쓰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글쓴이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그의 삶은 기본적으로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회공동체를 바탕으로 한다.
세파에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뿌리만큼은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과묵한 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력도 있었다.
프로축구 포스코 돌핀스 응원단장!
책을 읽고 나서 나도 나의 삶을 한번 보듬어 보고 싶어졌다.
맛뵈기로 한 편 소개.
정낭(井浪) 2011년 3월 24일
이름도 많다. 변소, 측간, 화장실, 해우소, 정낭, 똥간,.....
영어로는 머라 카는고?
지방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동네는 제재소에서 널을 켜고 남은 것으로 엉성하게 걸쳐놓은 형태다.
변소에 빠지면 떡을 해준다.
오른발 한번 빠진 적 있다.
떡 얻어먹었다.
우리 집에는 넓게 만들어 동시에 두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고 측벽에 나무로 된 똥장구와 바가지가 놓였었다.
아래로 고개를 내리면 꼬리까지 달린 구더기가 버글버글 했다. 비가 오는 날엔 바깥으로 기어 나오기도 하고, 밟으면 포장용 기포비닐 터트리는 소리가 났다.
그놈들을 죽이려 오뉴월 때 쯤, 지금은 귀한 할미꽃 뿌리를 캐다가 넣는다.
할미꽃은 동네 저수지 뚝에 지천이었다 .
뒤를 닦다? 어떻게 ..., 화장지는 ... 없지!! 헌책, 도까리 포대, 변소 천정의 짚 등으로 하기도 했으나 우리 집에는 다행히 큰형님이 양복점을 하셔서 기지 도매상 '협창라사'에서 광고용으로 습자지로 만든 일력이 있어 요긴하게 썼다.
퇴비로 사용할 똥물은 리어카가 없을 때였으니 지게로 져서 처리한다. 내가 장성해서 한 장구를 져 봤는데 무거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상일꾼은 두 장구를 얹고도 거뜬히 일어 난다. 그때 부모님이 보통 살았기 다행이지 그러지 못했으면 밥 빌어먹을 뻔 했다. 그 후에는 리어카-박대통령 하사품-를 이용해서 네 장구씩 실어다 처리했고 내가 다 했다. 그래서 울 아부지는 막내인 나를 좋아했다.
묵은 변소는 부패되어 겉이 굳어있어 볼일 볼 때 문제가 없지만 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은 애 먹는다.
짐작이 가는가? '풍덩'??? 그래서 정낭-물결이 이는 우물-이라 했다. 행동이 느리면 웬 종일 변소 냄새 난다.
지금이 한창 변소 칠 때이다. 유채꽃 필 즈음이다.
휘파람 불며 .
고향 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 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뼈꾹새 울겠네~
고개 너머 또 고개 아득한 고향
저녁마다 노을 짓는.. 저기가 거긴가
날 저무는 논길로 휘파람 불면서
아이들도 지금쯤 소오 몰고 오겠네~
<동요-고향땅>
이게 다 동네에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어서 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