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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4. 12. 1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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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정지인/곰출판/2022.11.30.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상식을 벗어난 제목이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문학적인 글이라 생각하고 접근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이름도 허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주석으로 그의 저서가 나와 확인해 보니 실존 인물이었다. 그의 삶을 추적하며 자연(세계)과 삶을 보는 관점을 밝혀 나가는 글이다. 이 세상은 혼돈스럽다는 것를 전제로 하고 있다.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나간다.
원제는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을까"이다. 단정적 어조가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면 질문하기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겨 책읽기를 좀 더 쉽게 하지 않았을까?
질문에는 답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이 세상에는 답이 없는 질문들도 많다.

분기학의 입장에서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262쪽에서는 "우린 모두 물고기야"라며 감탄한다. 개별적인 존재로서 물고기는 존재하지만 집단으로서의 물고기(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집단에서 해방된 온전한 생명체로서 물고기를 받아들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이 말에 대한 반응은 모든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혼돈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가'하는  시기의 문제다. 이 세계에서 확실한 단 하나이며, 우리 모두를 지배하는 주인이다.(15-6) - 혼돈(무질서),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 증가(무질서도 증가)- 죽음

데이비드 스타 조던. 여러 방면에서 혼돈과 싸우는 것은 그의 본업이기도 했다. 그는 거대한 "생명의 나무"의 형태를 밝혀냄으로써 지구의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을 하는 과학자, 더 정확히 말하면 분류학자였다. 그리고 생명의 나무가 완성되면 모든 동식물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밝혀질 거라고 했다. 그의 전문 분야는 어류로, 그는 새로운 종을 찾아 전 지구를 항해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울러 그 새로운 종들이 자연에 숨겨진 청사진에 관해 더 많은 걸 알려주는 실마리가 되어주기를 바랐다.(16)

1906년 어느 봄날의 지진- 혼돈에 빠짐, '이름'의 상실. 혼돈에 대한 반격- 불굴의 의지로 물고기에 이름표를 붙임.  

저자가 혼돈에 빠져 있을 때 데이비드의 삶이 궁금해 그의 자서전 <한 남자의 나날들>을 읽게 된다.

"작은 것들은 아름답지는 않아도, 단 한 종류의 큰 꽃 백 송이보다 내게는 더 큰 의미가 있다. 미적 관심과 구별되는 과학적 관심을 보여주는 특별한 증거는 숨어 있는 보잘것없는것들에게 마음을 쓰는 일이다." (28)

형 루퍼스의 죽음-> 강박적인 꽃 수집( 신나는 일에서 파멸적인 일로 바뀔 수 있다.)

페니키스 섬: 1873년 여름캠프 -> 어류 수집 시작
루이 아가시-박물학자, 과학은 믿음을 싫어한다.(36)- 믿음은 발전을 가로막는다.

꼭 집어 말하자면 아가시는 자연 속에 신의 계획이 숨겨져 있다고, 신의 피조물들을 모아 위계에 따라 잘 배열하면 거기서 도덕적 가르침이 나오리라고 믿었다. 자연에 도덕률 - 위계, 완벽함의 사다리 혹은 "등급" - 이 감춰져 있다는 이런 생각은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꼭대기에는 인간이 있고, 이어서 동물과 곤충과 식물, 바위 등으로 이어지는 연속체상에 모든 생물을 하등한 생물부터 신성한 생물까지 차례로 배열할 수 있다는 "신성한 사다리"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구상했고, 후에 "스칼라 나투라이Scala Naturae"(자연의 사다리)라는 라틴어로 번역되었다. 그 리고 아가시는 생물들을 제대로 된 순서로 배열하면 신성한 창조주의 의도뿐 아니라 어쩌면 더 진보할 방법에 관한 실마리까지 알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43-44) - 창조론
-할육무합: 모든 생명의 가치는 동일하다. 그러나 권리(역할)은 다르다.

이렇게 아가시는 자연을 하나의 종교적 텍스트로 제시했다.(46)
데이비드는 자신의 수집활동이 아가시가 정의한 바 "가장 높은 수준의 선교활동"이라고 받아들이며 그것은 신의 계획, 생명의 의미, 어쩌면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길까지 해독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47)
<->  무위자연, 무위이화

마치 내가 살아오는 내내, 그 질문을 할 순간만을 열렬히 기다려 왔다는 듯 아버지는 내게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통보했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 일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54) - 신이 없는 막간극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라고 아버지는 내게 알려주었다. 혼돈이라는 막무가내인 힘의 거대한 소용돌이, 그것이야말로 우연히 우리를 만든 것이자 언제라도 우리를 파괴할 힘이라고 말이다. "혼돈은 우리의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다. 우리의 꿈, 우리의 의도, 우리의 가장 고결한 행동도. 절대 잊지 마라." 데크 아래 솔잎들이 쌓인 땅을 가리키며 아버지가 말했다. "너한테는 네가 아무리 특별하게 느껴지더라도 너는 한 마리 개미와 전혀 다를 게 없다는 걸. 좀 더 클 수는 있겠지만 더 중요하지는 않아." 당신 머릿속에 존재하는 위계의 지도를 들여다보느라 아버지는 여기서 잠시 말을 멈줬다. "과연 네가 토양 속에서 환기를 시킬 수 있을까? 목재를 갉아 먹어 분해의 속도를 높이는 일은?"(55) - 블래이크 <파리>
"넌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은 아버지의 모든 걸음, 베어 무는 모든 것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너 좋은 대로 살아."(57)
그의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는 것이었다.(57)
암울한 현실일 수도 있는 것들이 아버지에게는 오히려 인생에 활력을 가득 불어넣고, 아버지가 크고 대범하게 살도록 만들었다. 나는 평생 광대 신발은 신은 허무주의자 같은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 걸으려 노력해왔다. 우리의 무의미함을 직시하고, 그런 무의미함 때문에 오히려 행복을 향해 뒤뚱뒤뚱 나아가려고 말이다.(58)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어떤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다윈, 60)

곱슬머리 남자와의 이별- 양성애자, 절망에 빠짐,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결코 승리하지 못할 거라는 그 모든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로 하여금 혼돈을 향해 계속 바늘을 찔러 넣도록 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66)

이윽고 다윈은 종이, 그리고 사실상 분류학자들이 본질적으로 불변의 것이라 믿었던 그 모든 복잡한 분류 단계(속,과, 목, 강 등)가 발명품일 뿐이라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끊임없이 진행되는 진화의 흐름 주위에 인간이 우리 '편리'하자고 유용하지만 자의적인 선들을 그었다는 것이다. 그는 "나투라 논 파싯 살툼Natura non facit saltum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이라고 썼다. 다윈에 따르면 자연에는 가장자리도, 불변의 경계선도없다.(67)
-루이 아가시는 다윈에 반대. 데이비드는 진화론자의 진영으로 넘어감.

게다가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생물에 등급을 매기는 집착도 생겨났다.(73)
늘 자신의 선지자로 모시던 루이 아가시의 제자답게 데이비드는 자신이 관찰하는 생물에게서 도덕적 교훈을 찾으려 했다.(74, 교훈-인간 기준, 도스토예프스키 늑대 이야기)

목적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았다.(76)- 34세 인디애나 학장
데이비드는 다윈이 신을 없애버리기는 했지만, 자신의 추구는 여전히 고귀한 일이라 여겼다. 그는 자연의 사다리의 형태, 그러니까 모든 동물들과 식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지위가 정해져 있는지를 드러내줄 가장 높은 청사진에 대한 추적을 계속 이어갔다. 다만 이제는 그 질서를 만드는 것이 신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믿는 점만 다를 뿐이었다.(76)

벼락사고와 수전의 죽음-> 더 세게 밀어붙임. 낙천성의 방패.

1891년 스탠퍼드대학 초대 학장
아가시는 다원발생설(각 인종들은 서로 다른 종이며, 특히 흑인은 인류보다 낮은 종이라는 믿음)을 극렬히 옹호(82)- 자연에는 위계가 있다.
제인 스탠퍼드(강신론 신앙)와 갈등- 사이어소피(sciosophy, 사이비지식): 과학+철학
족벌주의와 돈의 낭비(제인) - 친구(찰리 길버트)의 스캔들을 목격한 사람을 협박하여 덮어줌 - 제인 스탠퍼드의 죽음

인간의 정신이 세상을 조각해내는 일을 늘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라는 것, 우리가 만물에 붙인 이름들은 잘못된 것들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노예"는 인간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자유를 누릴 가치도 없는 존재였던가? "마녀"는 화형을 당하는 게 마땅한 존재들이었나? 그가 의자를 예로 든 의도도 같은 맥락에 속한다. 겸손을 유지하라는 것, 우리가 믿는 것들, 우리 삶 속 가장 기본적 것들에 대해서도 늘 신중해야 한다는 걸 되새겨보게 해주는 사례인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면 그 생각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94-5) <-> 開口卽錯 動念卽乖
* 존재와 이름- 인식론(김춘수 '꽃'), 명명할 때 비로소 실재가 된다.<-> 꽃을 위한 서시, 신동집 '오렌지': 기표(시니피앙)과 기의(시니피에)

아고노말루스(모서리가 없음) 요르다니 - 뫼비우스 띠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 30년 연구물 박살, 불굴의 기개와 단호한 의지로 극복

그러면 나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면 어떻게 하라는 걸까? 데이비드는 나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동정심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절망의 철학>의 최종 결론은 절망이 선택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127)

그 모든 게 다 무너지는 걸 목격한 그 사람…. 그 사람은 계속 나아갈 의지를 어디서 다시 찾았을까하는 그 질문. 계속 가고 싶든 그렇지 않든 어쨌든 계속 가게 만드는, 모든 사람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그것을 카프카는 '파괴되지 않는 것'이라고 불렀어.(130)
그 진주알을 만든 최초의 작은 모래알 하나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이 말은 그가 자기 자신에게 결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바로 그런 종류의 거짓말이다.(133)
-비과학적, 사이어소피적 사고, 자기 기만(긍정적 착각)
* 사이비, 이단 -  논리적 완결성 -> 한 번 빠지면 빠져 나오기 힘들다.

장밋빛 자기기만, 긍정적 착각, 긍정적으로 왜곡된 세계관: 배제
스토리 에디팅 리프레이밍- 순한 거짓말, 하얀 거짓말, 작은 장미봉오리 같은 거짓말 -> 플라시보(위약) 효과, 피그말리온 효과

어쩌면 진화가 우리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은 "우리가 실제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른다.(141)- 만물의 靈長(영묘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사람’을 이르는 말), 영장류

그릿(Grit, 끈질긴 투지): "긍정적인 피드백"이 없는데도 "매우 장기적인 목표"에 로봇처럼 뛰어들게 해주는 것, 머리로 벽을 반복적으로 들이받을 수 있는 능력. 더크워스는 웨스트포인트 사관생, 최고경영자, 뮤지션, 운동선수, 셰프 등 거의 모든 직업에서 정상에 선 사람들에게서 그릿을 발견했다. 재능, 창의력, 친절함, IQ는 다 잊어라. 순수한 그릿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바로 그것인 것 같았다.(143)
-> 인지적 결함, 긍정적인 착각, 데이비드: 낙천성의 방패, 그릿의 대표 주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지속적으로 오만을 복용하는 것이야말로 실패할 운명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보여주는 증거인지도 모른다.(146)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가 가져 마땅한 미치광이들이 생겨난다.(로이 포터, 146)
* 신들은 파괴하기로 선택한 자에게 광기를 안긴다.- <어부들>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는 사람들의 자기과시가 다른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지만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공동체 안에서 좋은 평판을 받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놓치기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147-8)
바우마이스터와 부시먼은 이렇게 썼다. "공격적인 사람들은 대개 자신을 매우 높게 평가하는 이들이며, 이에 대한 증거는 민족주의적 제국주의, '지배자 민족' 이데올로기, 귀족들의 결투, 학교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아이들, 길거리 깡패들의 언어 구사 등에서 볼 수 있다.(150)
바우마이스터와 부시먼은 이렇게 썼다. "쉽게 말해서 가장 위협한 사람은 자신을 우월한 존재라고 보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다. (...) 거창한 자기상을 확인받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비판당하는 것을 몹시 괴로워하며 자기를 비판한 사람을 사납게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스탠퍼드에서 보았던 그 오싹한 물고기, 데이비드 스타 조언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붙인 유일한 바닷물고기를 다시 떠올렸다. 서로 반대쪽에 위치한 두 면이 돌돌 말리듯 어디서 만나는지도 모르게 하나로 합쳐지는 뫼비우스 띠 모양의 그 가시 박힌 용 말이다. "모서리가 없는 조던." 그가 선택한 이 물고기에 어떤 메시지가 숨어 있는 걸까? 그의 매력 아래 도사린 어두운 면에 대한 인정일까?
루서 스피어는 이렇게 썼다. "조던의 재능 중 특히 양날을 지닌 재능은 자기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설득하고, 그런 다음 무한해 보이는 에너지로 목표를 추구하는 능력이다. (...) 그는 자신의 관용과 관대함을 자랑스러워했다. (...) 하지만 조던은 파리 한 마리를 잡는 데 대포알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151)

이탈리아 알프스 아오스타 장애인마을: 아름다운 마을 -> 진정한 공포의 공간(인류 퇴보). 우생학(eugenics)에 경도, 장애인에 대한 자선과 호의의 위험성
*프랜시스 골턴: <캔트세이웨어 우생학 칼리지>
'부적합자'(제거 대상) 생존의 위험 -  데이비드 부적합자 생식기 절단 주장. 세계 최초로 1907년 인디애나주 우생학적 강제 불임화 법제화.
우생학은 미국식 신여성과 포드 모델 T 못지 않게 미국 문화의 두드러진 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185)- 우량아선발대회(주영훈, 이창호, 윤현진 아나)
<위대한 인종의 소멸, 매디슨 그랜트>- 히틀러의 성경.

한 종을 강력하게 만들고, 그 종이 미래까지 지속하게 해주며, 혼돈이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기온 급변, 경쟁자, 약탈자, 해충의 침략 등가장 강력한 형태의 타격을 가해올 때도 그 종이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다윈은 무엇을 꼽았을까? 바로 변이다. 행동과 신체의 특징에 변화를 일으키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 말이다. 동질성은 사형선고와 같다.(187) - 다양성
상황이 바뀌면 그 상황에 어떤 특징이 더 유리하게 적용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다윈은 간섭하지 말라고 특별히 강력하게 경고한다. 그가 보기에 위험한 것은 인간의 눈에서 비롯된 오류 가능성,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이다. "적합성에 대한 우리의 관점에서는 불쾌하게" 보일 수 있는 특징들이 사실 종 전체나 생태계에는 이로울 수도 있고,혹은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 이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188)
그(다윈)가 지구의 수많은 생명들의 순위를 정하지 말라고 그토록 뚜렷이 경고한 이유는 "어느 무리가 승리하게 될지 인간은 결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력으로 도저히 다 이해할 수 없는 생태의 복잡성에 대한 이러한 조심스러움과 겸손함, 공경하는 마음은 사실 대단히 오래된 것이다. 이는 때로 "민들레 원칙"이라고도 불리는 철학적 개념이다. 민들레는 어떤 상황에서는 추려내야 할 잡초로 여겨지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경작해야 하는 가치 있는 약초로 여겨지기도 한다.(189)

1920년대 우생학적 불임화법 폐지- 앨버트 프리디, 캐리 벅 소송(벅과 수용소장인 존 벨의 이름을 딴 `벅 대 벨(Buck v. Bell)' 소송: 버지니아 린치버그에 있는 `간질환자 및 정신박약자 수용소' 정신박약은 3세대에 걸쳐 유전될 수 있다.-> 공공복지의 이름으로 부적합자 불임화 수술 허용(1927년 단종법). 아직도 판결 뒤집히지 않음.
이 소송을 근거로 독일의 전범들이 열등한 인종을 청소한다는 명분으로 집단수용소와 가스벨을 운영했고 미국의 예를 따랐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내가모델로 삼으려 했던 자는 결국 이런 악당이었던 것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이성도 무시하고 도덕도 무시하고, 자기 방식이 지닌 오류를 직시하라고 호소하는 수천 명의 아우성-나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인가니요-도 무시해버린 남자.(201)
데이비드의 정서적 해부도를 쫙 펼쳐놓고 볼 때 가장 눈에 뜨는 원흉은 그 스스로 상당히 자랑스러워했던 두툼한 "낙천성의 방패"가 아닌가 싶다. 데이비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다 옳은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쓴 루서 스피어는 그가 자기 자신에게 갖는 확신과 자기기만과 단호함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 강화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자기 길을 막는 모든 걸 뭉개버릴 수 있다고 믿는 그의 능력은 자신의 길이 진보로 이어질 올바른 길이라고 확신하게 되면서 몇 배는더 커졌다." 데이비드는 공개적으로는 자기기만을 그토록 공격했지만 사적으로는, 특히 시련의 시기에는 더욱더 자기기만에 의존했던 듯하다.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긍정적 착각은 견제하지 않고 내버려둘 경우 그 착각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는 사악한 힘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 그 심리학자들의 말이 옳았던 것 같다.(202)
그러다 마침내 나는 제비들이 원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페니키스의 헛간에서 루이 아가시가 젊은 데이비드의 정신에 관념의 씨앗 하나를 심어놓는 순간에 다다랐다.  그것은 자연 속에 사다리가 내재해 있다는 믿음이었다. 자연의 사다리. 박테리아에서 시작해 인간에까지 이르는, 객관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신성한 계층구조.(203)

"그리스도의 심정에서 보면 그대들이 착각한 것일 수도 있음을 고려해볼 것을 그대들에게 간청합니다."(올리버 크롬웰)
"일반적으로 과학은 믿음을 싫어한다."(204)

이것이 바로 다원이 독자들에게 알려주려고 그토록 노력했던 점이다. 사다리는 없다. 나투라 논 파싯 살툼Natura non facit saltum,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고 다윈은 과학자의 입으로 외쳤다. 우리가 보는 사다리의 층들은 우리 상상의 산물이며,진리보다는 "편리함"을 위한 것이다. 다윈에게 기생충은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경이였고, 비범한 적응성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 크건 작건, 깃털이 있건 빛을 발하건, 혹이 있건 미끈하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그 어마어마한 범위 자체가  이 세상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는 데는 무한히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206)

나는 계속 걸었다. 이 황량하고 외딴 언덕이 우생학적 몰살의 진원이라 생각하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이 나라의 정체성을 정의할 때 우리가 반대하는 것이라 간주하는 그 사고방식, 우리가 초등학생에게 나치, 다른 사람들, 나쁜 놈들에게서 시작되었다고 가르치는 바로 그 악행, 그것을 세계 최초로 국가 정책으로 삼은 나라가 바로 우리였다.(213)
나는 애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계속 살아가시는 거예요?"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내가 평생에 걸쳐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물어왔던 질문이다.
------- 그때 메리가 불쑥 말했다. "나 때문이지!"(223)

천천히 그것이 초점 속으로 들어왔다.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이, 이 모든 작은 주고받음 - 다정하게 흔들어주는 손, 연필로 그린 스케치, 나일론 실에 꿴 플라스틱 구슬들 - 이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그물망이 받쳐주는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그들에게 그것은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을 지구라는 이 행성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힘 자체일 수도 있다.(226)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그토록 열심히 인식시키고자 애썼던 관점이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그림을, 자연의, "생명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227)
이제야 나는 나의 아버지에게 할 반박의 말을 찾아냈다.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227-8)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 "기계장치(로 연출된) 신" 혹은 "기계 장치를 통해 온 신"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기중기와 같은 것을 이용하여 갑자기 신이 공중에서 나타나 위급하고 복잡한 사건을 해결하는 수법. Deus- 신, Machina- 기계장치, 예) 전래 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동아줄
《1980년대에 분류학자들이 타당한 생물 범주로서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조류는 존재한다./포유류도 존재한다./양서류도 존재한다./그러나 꼭 꼬집어,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235-6)》- 분기학의 입장
<자연에 이름 붙이기(Naming Nature), 캐럴 계숙 윤>에서 비롯

분기학: 원칙1. 타당한 하나의 진화적 집단은 특정한 한 조상의 모든 자손을 포함해야 하며, 다른 것은 하나도  포함해서는 안 된다.
원칙2. 누가 누구와 가장 가까운 관계인가?
- 공통의 진화적 참신함, 새롭게 추가된 특징들. 예) 소, 연어, 폐어- 폐와 후두개, 심장

수많은 미묘한 차이들을 "어류"라는 하나의 단어 아래 몰아넣은 것이다.(240)
그는 자기가 대적하기에 너무 센 적수를 상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스러워했다. 그 센 적수는 직관이다. 그는 사람들이 결코 편안함을 진실과 맞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직관적 질서가 우리 내부에 장착된 장치의 일부라는 사실이 그 질서가 진실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저 그 질서가 유용하다는 의미일 뿐이다.(244)

"그런데 물고기를 포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물고기의 반대편에 다른 뭔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물고기를 놓아주는 일은 그 결과로 또 다른 어떤 실존적 변화를 불러온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248)
캐럴 계숙 윤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평생 존경해왔던 과학자 공동체에 대한 일종의 격분이 생겼다고 했다. 인간의 직관을 빼앗아감으로써 일반 대중이 인간의 애정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환경에 더더욱 무관심해지도록 만들 거라는 걱정이었다. 물고기의 죽음을 그토록 아름답게 설명한 책을 썼음에도, 윤의 한 부분은 단순한 언어로 돌아가기를 갈망했다.(249)-패러다임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우리 발밑의 가장 단순한 것들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회의로 닦인다는 것.(250)- 혼돈 수용.

일단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더 이상 그걸 제대로 바라보지 않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연민이었다.(250)- 예나. 언어적 거세(드발)- 동물들의 중요성 박탈, 인간이 정상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 단어들을 발명하는 방식. -> 단어들을 늘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나는 그 커튼들 너머, 우리가 자연 위에 그려놓은 선들 너머를 간절히 보고 싶었다. 다윈이 거기 있을 것이라 약속했던 땅, 분기학자들이 볼수 있었던 땅, 어류는 존재하지 않으며 자연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경계가 없고 더 풍요로운, 아무런 기준선도 그어지지 않은 그곳을.
"다른 세계가 있지만, 그것은 이 세계 안에 있다." W.B. 예이츠의 것으로 알려진 이 인용문을 나는 여러 해 동안 벽에 붙여두었다. 그 다른 세계가 바로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였다.(257)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하나의 주문과 하나의 속임수, 바로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263-4)

과학자들은 "긍정적 환상을 갖는 것이 목표를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나는 서서히, 목표만 보고 달려가는 터널 시야 바깥에 훨씬 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믿게 됐다.(267)
모든 자ruler 뒤에는 지배자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268)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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