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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보충수업 폐지-김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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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살 2007. 9. 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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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時論> 보충수업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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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보충수업은 보완의 대상이 아니라 폐지의 대상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보충수업은 교육의 정상화를 해치고 있다.

모든 학교는 국가가 정한「교육과정」에 의하여 수업을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교육과정은 하나의 법이다. 법은 지켜져야 하며 편법, 탈법이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보충수업을 하는 그 자체가 학생들에게 편법, 탈법, 변칙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러한 편법, 탈법, 변칙 행위가 학생들로부터 돈을 받고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진정 보충수업이 교육적으로 필요하다면, 교육과정을 개정해서 합법화 해야 하고, 굳이 방학중에 실시해야만 한다면 방학을 아예 없애든지 할 일이지 이렇게 편법, 탈법, 변칙으로 실시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육에 있어서는 잠재적 교육과정이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교사가 학교에서 대가를 받고 하는 보충수업을 허용한다면, 근무시간 이후에 학교밖에서 하는 현직 교사의 과외를 불법이라 할 수 있겠는지 의문이다.

둘째, 지금의 학교 여건으로서는 당국이 바라는 순수한 보충수업은 불가능하다.

희망학생, 희망교과, 희망교사에 의한 보충수업은 이상이지 현실이 아니다. 원래 보충수업은 희망하는 학생들이 자기들이 원하는 교과와 교사를 선택해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재의 학교 실정으로서는 이러한 시간표를 짜낸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정에서 한 두명의 자녀도 추스리지 못 하는데 천 명, 이천 명이 모여드는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개인의 사정을 고려할 수 있는가. 생활지도상 거의 불가능하다. 학교에 와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학교현장에서는 매일같이 수업을 하는 것인지, 전쟁을 하는 것인지 모르는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획일적 보충수업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교내 질서를 유지할 수 없고, 학교를 지탱할 수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셋째, 사교육비 절감 방안의 하나로, 과외 해소 대책의 일환으로 학교에서의 보충수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큰 오산이다.

왜냐하면 입시경쟁 체제하에서는 모든 입시생이 다 하는 것은 다 안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고등학교가 하루에 보충수업을 세 시간씩 실시하는 것이나 모든 고등학교가 전혀 안 하는 것이나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오늘의 학교에서의 보충수업은 학생들에게 부담만 줄뿐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이다. 사교육비 절감 방안도 아니고 과외의 대체 방안도 될 수 없는 것이다.

넷째, 현행 보충학습은 근본적으로 학교에서의 인성교육과 창의성 개발 교육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보충수업 때문에 교사와 학생이 자유롭게 만날 수가 없고, 학생들끼리 우정을 나눌 기회도 없으며, 다른 특별한 교육활동도 할 수가 없다. 인성개발과 창의성 개발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연체험, 사회체험 그리고 관찰과 실험 실습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섯째, 보충수업은 학교내의 교육원간에 많은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보충수업 자체에 대하여 회의를 갖고 있는 선생님들이 있고, 보충수업에 참가하는 교사와 불참하는 교사들간의 갈등, 게다가 교사와 교장간에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학교는 학원이 아니다. 보충수업은 다름아닌 학교의 학원화 선언이다. 다같은 방과후 과외활동인데 보충수업에 들어가면 수당을 받고, 생활지도, 상담, 특별활동, 수련활동에 참가할 때는 아무런 대가가 없다면 이것도 문제이다. 결국 보충수업 이외의 모든 교육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충수업의 병폐는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학생들의「홀로서기」를 막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비극이다.

보충수업이나 과외에 중독되면 의타심이 생겨 혼자서는 공부를 못한다. 대학에 가서도 과외를 해야하고 취직을 하기 위해서도 학원을 찾는다. 이들에게 어떻게 21세기를 맡길 수 있겠는가.

 

세계 어느 나라에 수당 몇 푼 줄테니 입시 위주의 보충수업을 해달라고 학교에 요청하는 학부모들이 있는가. 또 그런 요구를 한다고 해서 학교가 수용하는 나라가 있는가. 지금 대다수 교사와 학생들은 보충수업이 필요 없다고 하는데, 학부모들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효과가 없다고 하는데 구경꾼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 시․도교육감이 직접 나서야 한다. 전국의 중․고교가 동시에 보충 수업을 중단해야 한다. 한 두 학교가 나서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교육개혁이다. 교육부도 교육감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미루어서는 안된다. 우리 지역에는 우수한 학원이 없어서 학교에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교육감이나 교장도 있지만 이제 위성방송, 유선TV 방송이 보편화되고 있는 마당에 그것을 보완, 활용한다면 그러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김진성, 서울삼성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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