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해가 늬엿늬엿 넘어가는 해거름에 어린아이를 등에 업고 기찻길을 서성거리는 중년의 여인이 있었습니다.
세파에 찌든 초라한 행색으로 발끝만 바라보며 걷는 여인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땅속으로 꺼져 들어 갈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등에 업힌 아이는 비썩 말랐지만 눈망울이 또록또록한 게 꽤나 영리해 보였습니다. 하늘에서는 빠른 날갯짓으로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한 떼의 새들이 저녁 노을에 젖고 있었습니다.
'인생은 괴로움으로 가득 찬 바다라더니 내 인생도 괴로움뿐이로구나. 어디에서도 삶의 기쁨을 찾을 수가 없구나.' 라고 생각하며 여인은 그날 밤 어린아이와 함께 죽을 장소를 찾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등에 업힌 아이가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저것 좀 봐. 하늘이 너무 예뻐."
아래만 내려다 보고 있던 여인은 슬픔에 젖은 얼굴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아'하는 탄성이 자기도 모르게 튀어 나왔습니다.
"그래, 참 아름답구나." 여인은 어린아이를 받치고 있던 손에 힘을 주면서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어두운 것밖에 보지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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